모스크바 필 한국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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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소련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88년과 89년에 이어 오는 5월4∼7일 서울·대구·부산에서 세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다.
지난 51년 모스크바 필이 창단된 이래 사무엘 사모수드, 키릴 큰드라신, 드미트리키타옌코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물려받은 상임지휘자 마르크 에르뮬레르(59)가 이번 공연으로 한국 음악계에 첫선을 보일 예정.
한편 모스크바 필의 이번 한국 나들이는「한-소 문화교류의 역조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의혹 속에 공연이 임박해서야 관계당국의 허가가 떨어진데다 협연 자 선정을 둘러싼 잡음도 요란한 공연.
당초부터 2명의 재미 한국 연주자들을 협연 자로 내정했다가 공연을 보름쯤 앞두고 전격적으로 협연 자를 교체하는 바람에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일자 최종 협연키로, 계약한 피아니스트 이경숙 교수(연세대)와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준 교수(서울시립대)가 한때 협연을 거부하겠다는 바람에 과연 계획대로 연주회를 치를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김 교수는『협연이 결정되려면 연주시기·곡목·연주 료 등의 계약조건이 모두 합의돼야 하므로 어느 개인에게 협연의사를 타진 받았다고. 해서 꼭 협연하게 되는 건 아닌데 계약서에 서명한 바도 없는 연주자 측이 이를 문제삼는 것 자체가 무리다. 이 중요한 연주회가 개인적 감정 때문에 차질을 빚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일이라는 판단 때문에 언짢은 오해를 무릅쓰고라도 협연무대에 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신의 다른 연주 일정을 취소하는 등 이번 공연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온 연주자들에게 서면 계약이 아직 없었다는 이유로 뒤늦게 협연 불가통보를 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것이 음악관계자들의 중론. 더구나 연주 료 만 준다면 협연 자는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초청공연에 응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모스크바 필의 처사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연일정은 아래와 같다.
▲5월4일(협연 김영준)·5일(협연 이경숙)=오후 7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5월8일(협연 유주연)=오후7시30분 대구시민회관
▲5월7일(협연 김영준)=부산 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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