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 "한국 장관과 싸운적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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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미국 재무장관이었던 로버트 루빈이 1999년 한국의 채권 발행금리를 놓고 한국 재정경제부 장관과 설전(舌戰)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루빈은 11일자 파이낸셜 타임스(FT)에 자신의 회고록 '불확실한 세계'의 일부를 소개하면서 한국의 재경부 장관이 0.25%포인트의 금리에 얽매이는 바람에 채권 발행 기회를 놓쳤다며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너무 빨리 잊고, 이러한 망각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정으로 이어지곤 한다"고 지적했다.

루빈은 당시 한국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국제 민간 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려 했으나 예상 발행 금리가 당초 기대보다 0.25%포인트 높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됐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합리적인 금리 수준에서 채권을 발행하면 당시 김대중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금리 수준 때문에 발행을 포기하려 했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루빈은 한국 재경부 장관과의 논의가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급기야 인내심을 잃고 "나는 당신이 어떻게 하든 신경쓰지 않겠습니다. 이건 당신 국가의 문제지, 내 국가는 아니잖습니까"라고 쏘아붙였다고 술회했다. 그는 좀 안다는 사람들의 근시안적인 태도에 화가 났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98년 4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40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루빈이 이 시점을 99년으로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기업들의 해외 채권 발행에 기준이 될 외평채 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추려고 하는 것은 정부 당국자의 본연의 자세며, 결과적으로 외평채 발행에 성공했던 점 등을 들어 루빈의 주장이 일방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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