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세금 2700여만원 누락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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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수임료 5000만원에 대해 세무 신고를 하지 않아오다 소득세ㆍ주민세 등 모두 2700여만원의 세금을 뒤늦게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26일 오후 서초구 서울 고법-지법을 순시 중인 이 대법원장이 직원들에게 훈시하기 위해 강당중앙으로 나서고 있다. [중앙포토]

3일 대법원에 따르면 이 대법원장은 변호사 시절인 2003년 4월∼2005년 6월 사이 진로의 법정관리를 신청한 골드먼삭스 계열사이자 페이퍼 컴퍼니인 세나 인베스트먼트로부터 모두 2억5000만원의 수임료와 성공보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2003년 4∼6월의 경우 진로 정리 사건의 1심 선임료와 성공 보수금으로 8000만원을, 항소심(2심)과 채권 가압류 사건의 선임료로 4000만원을 각각 수수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항소심 성공 보수금과 상고심(3심)의 선임료로 각각 5000만원과 2000만원씩을, 2004년과 2005년에는 진로 상고심과 채권 가압류에 대한 성공 보수금으로 6000만원을 받았다. 모두 2억5000만원이다.

하지만 이 중 2004년 6월 7일 상고심에서 이겨 성공 보수금으로 받았다는 5000만원을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고 누락시켰다고 한다.

당시 이 대법원장의 연소득이 8000만원 이상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5000만원에 대한 소득세 36%와 주민세 3.6% 등 2000여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셈이다. 이 대법원장은 2005년 9월 대법원장 취임 이후에도 국세청에 사후 신고를 하지 않아오다 언론사들이 탈세 의혹에 대한 취재에 나서자 이날 세무서에 세금 2700여만원을 납부했다.

대법원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세무처리를 전담했던 세무사 사무실 직원이 세무서에 제출하기 위해 ‘수입금액 명세서’를 옮겨적는 과정에서 실수해 일어났다”며 “고의적인 일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 대법원장은 지난해 11월 19일 본지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변호사 시절 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나온다”는 질문에 대해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당시 “항상 강조해 온 것이 법관이 청렴하지 못하면 사법부의 독립은 없다는 것”이라며 “다른 변호사들이 (탈세)한다고 해서 나도 했다고 생각하나 본데 아니다. 직접 확인해 봐라”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진로 법정 관리 사건=진로는 유동성 위기를 느끼던 1997년 9월 법원에 화의신청을 했다. 당시 진로의 외자 유치 컨설팅을 맡았던 골드먼삭스는 진로 채권 일부를 인수한 뒤 2003년 4월 진로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장진호 진로회장 측은 법정관리 무효를 주장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진로는 2005년 6월 하이트맥주에 매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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