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리뷰] 중진 이강소 vs 신예 조습 실험미술 타이틀 매치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청코너~ 도전자 조습 선수. 아방가르드 미술체육관 소속, 올해 나이 스물 여덟살 충남 온양 태생, 2년 전 첫 전시 '명랑교 부흥회-난 명랑을 보았네'이후 차세대 주자 (와~함성). 홍코너~ 챔피언 이강소 선수, 올해 나이 예순살 대구 태생, 모더니즘 체육관에 반기 들어온 아방가르드 체육관의 노장(와~)."

복싱도 아닌데 타이틀 매치가 벌어졌다. 미술동네 얘기다. 전시 이름도 '타이틀 매치전-이강소 vs 조습'. 홍익대 앞 쌈지스페이스에서 지난 11일 오픈한 이 전시는 중진.신예가 맞부닥치는 공간이다. 생산적 대화라고 하지만 즐기자고 만든 자리만은 아니다.

"경상대 교수를 지낸 이강소는 기존 미술언어에 도전해온 작가다. 그의 작업을 보여주면서 신예작가의 독자적인 자기해석을 동시에 보여주는 긴장감 넘치는 멍석이다." 큐레이터 신현진씨의 말이다. 아트마케팅으로 유명한 패션기업 쌈지가 운용하는 쌈지스페이스에서 지난해 '이승택 vs 이윰'에 이어 열리는 제 2회 타이틀 매치는 전시장 3개층에서 펼쳐졌다.

두 선수가 각각 1층과 3층을 사용하고 가운데 층은 공동 공간. 단 두 작가가 아방가르드 체급(장르)이기 때문에 3개층에 전통적인 캔버스 따위가 있을 리 없다. 회화 스타일의 비디오와 설치(이강소) 영화적인 사진설치(조습)를 통해 '모더니즘 이후'를 가늠하고 있다.

우선 이강소. 그는 자연풍광 두개를 복원했다. 경주 양동마을의 한 전통고옥에서 촬영한 아름다운 자연인데, 이걸로 전시장 벽면 전체를 채웠다.

같은 영상이지만 맨 아래층 조습의 작품은 깜찍발랄하다. 술 먹고 망가지는 야유회 모습이 소재다. 그것을 영화 스틸사진처럼 33장의 연속 사진으로 보여주는데, '일상 속의 폭력'을 코미디처럼 즐겁게 펼쳐보이는 미술이다. 이들이 만나는 중간층의 경우 같은 기법은 유사하면서도 주제와 내용은 사뭇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타이틀매치전'은 기존 미술언어가 낡았을 경우 '새로운 그릇'을 찾으려는 노력, 그 안에 우리 삶을 담아내려는 탄력적인 시도가 흥미로운 전시다. 12월 18일까지. 02-3142-1693.

조우석 기자<wowow@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