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을 팔고보니…(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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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쪽 콩팥을 팔기 위해 떼낸후 수술후유증으로 아무 일도 못하고 폐인이 되다시피한 제 인생은 어떻게 되는겁니까.』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부모형제들이 알까봐 두렵다는 유모씨(33)는 지난 16일 전북 부안군에서 본사를 찾아와 이렇게 호소했다.
「신장 암거래가 성행한다」는 보도(중앙일보 11일자 23면)가 나간후 이처럼 이에 대한 문의·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씨는 『빚에 시달려 지난해 7월 콩팥을 판후 무거운 물건을 들지 못하고,옆구리가 바늘에 찔린듯 하루에도 몇번씩 아프며,눈이 계속 충혈돼 있다』며 고통스럽게 말했다.
나전칠기와 리어카 야채상을 하며 월30만원도 안되는 수입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던 유씨가 콩팥을 팔기로 결심한 것은 90년 봄.
『생활고로 88년 아내가 가출하고 빚은 이자까지 붙어가며 늘어났습니다. 이때 고향 친구를 통해 콩팥거래를 중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됐습니다.』
90년 7월2일 수술을 마친 다음날 유씨는 자기명의로 개설돼 1천만원이 입금된 통장을 입원실에 누운채 넘겨 받았다.
『1백만원은 이미 중개인에게 떼인 상태였고 빚 6백만원을 갚고 보니 남은 돈은 4백만원이었습니다.』
수술 후유증으로 육체노동을 전혀 할 수 없는 유씨는 남은 돈을 후유증 치료비와 생계비로 날리고,수술후 10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3백만원의 빚만 지게됐다고 한탄했다.
한편 신부전증환자 임순철씨(49·대전시 와동)는 『최근엔 신장을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며 절망감을 표했다.
8형제의 맏이라는 임씨는 『부모님은 연로하시고,아내와는 혈액형이 안맞으며,동생들은 콩팥기증 얘기가 나올까봐 병문안도 못오는 것이 현실』이라며 『뇌사가 인정되지 않고 장기이식센터도 활성화가 안된 상태에서는 콩팥을 사서라도 수술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신부전증은 물론 간질환·심장질환으로 시달리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새생명을 주기 위해 이제는 보사당국·대형병원이 앞장서 제도적 조치를 취해야할 때다.<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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