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되살릴 맘 적은 정부/김영섭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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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환경보전을 위해 국민들은 경우에 따라 생활의 편의를 포기할만큼 의식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수질오염의 주범격인 전인산염과 중금속이 검출(중앙일보 12일자 1면 보도)된 샴푸·린스 안쓰기운동등이 소비자단체등의 주도로 범국민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실증의 하나다.
그러나 이같은 시민들의 각성과 노력에 비해 기업과 행정당국의 의식·행태는 너무 뒤떨어져 있음이 또 한차례 확인됐다.
각종 건설·개발사업에서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환경영향 평가제도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환경처가 올들어 3월까지 64개 사업을 조사한 결과 53개 사업이 환경영향평가에 따른 보완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적발사례중 절반에 가까운 약 42%(22개 사업)가 정부기관이 벌인 개발사업으로 나타난 것은 시민의 입장에서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환경영향 평가제도는 정부가 그동안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펴면서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다시피한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정부가 도입했고 최근 한층 강화한 제도다.
이 제도는 말하자면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줄 우리 국토의 환경이 개발사업에 치여 훼손·파괴되지 않게 제동을 걸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도 할 수 있다.
정부가 「개발」과 「환경」중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위축되거나 파괴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스스로 만든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히려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환경처와 협의한 환경영향평가 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정부가 환경보전을 뒷전에 돌리면서 국민들에게는 『이래라,저래라』하는 식으로 요구한다면 과연 어떤 시책이 먹혀 들어갈 것인가.
시민의 각성은 이미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불편을 무릅쓴 쓰레기분리수거,샴푸와 린스 안쓰기운동등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기자도 출근할 때마다 분리된 쓰레기뭉치를 아내의 권유로 다소 귀찮기도 하지만 선뜻 들고 나와 지정된 곳에 버린다.
시민들의 이같은 작지만 애틋한 국토사랑이 정부기관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나는 바담풍해도 너는 바람풍」의 억지를 더이상 되풀이말고 정부부터 솔선수범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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