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휘젓는 중국 차도둑(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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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초고속 배로 “번개작전”/작년 6천건… 홍콩경찰 속태워
중국대륙의 자동차 전문 절도단들이 홍콩에 출몰하고 있다.
「대륙에서 온 불청객으로 불리는 이들 차량절도단들은 오는 99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는 것을 앞두고 홍콩의 해상치안이 다소 느슨해진 틈을 이용,최근들어 부쩍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범죄수법은 독일식 전격기습작전인 「블리츠크리크」를 연상시킬만큼 신속하고 정확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초고속 모터보트를 타고 홍콩해안에 침투,연안지역에 주차해 있는 차량을 재빨리 배에 싣고 바람처럼 사라져버린다.
이들 전문절도단은 홍콩 마피아를 무색케 할 정도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집단」으로 알려져 있어 홍콩주민들의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홍콩세관 해륙행동과의 총책임자인 리쿤창(이곤강)씨는 『이들 범죄단들은 범죄행동 반경을 넓히기 위해 「정비용차량」까지 싣고 다닌다』고 밝히고 『이와 같은 신종범죄단이 생겨나면서부터 피해가 더욱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홍콩 경찰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중국절도단에 의한 피해건수는 모두 6천4백34건.
지난해 홍콩내에서 발생한 범죄건수가 2만건을 약간 상회하고 있어 이들의 범죄가 약 30%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들의 범죄가 증가,피해보상이 늘어나게되자 홍콩의 보험회사들은 보험료중 분실·도난부문을 인상하기에 이르렀다.
홍콩의 한 기업경영인이 지난해 9월 북경을 방문,거리관광도중 신호대기로 정차해 있는 한 승용차를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그 차는 몇달전에 도난당한 자신의 벤츠승용차가 틀림없었다.
경찰에 신고한 결과 그 승용차는 결국 잃어버렸던 그의 자동차로 밝혀졌다.
홍콩에서 도난당한 외제승용차가 버젓이 북경거리를 질주하고 있을 정도다.
차량도난사고 못지않게 홍콩경찰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어민들에 의한 밀수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지난 70년말 중국이 개방·개혁정책을 도입하면서부터 서서히 일기시작한 밀수붐은 최근들어 홍콩경찰당국이 연안어업을 묵인하고 있는 것을 기화로 무섭게 번져나가고 있다.
과거에는 어선의 속도가 느려 적발되는 즉시 체포되곤 했으나 지금은 일제고속엔진을 부착한 최고시속 1백㎞의 고속어선이 등장,다람쥐처럼 단속망을 빠져나간다.
홍콩경찰 순시선의 평균시속은 50㎞정도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범죄행위를 적발한다 하더라도 도주밀수선에 속수무책이다.
지난해에 검거된 밀수어선은 모두 12척에 불과했다. 범인들은 대개 30∼40대정도의 어민들이었다.
이들이 밀수한 텔리비전과 냉장고등은 광동성 등지에서 「유격대(게릴라)」으로 불리는 어민들이나 「정규군」으로 불리는 관영·민간기업체에 팔려나간다.
이들 「정규군」들은 당국에 『밀수품인줄 모르고 샀다』고 둘러대고 벌금을 문뒤 밀수품을 당당하게 판매하는 수법을 쓰고있다.
차량의 경우 원칙적으로 「국가재산」으로 몰수되지만 「정규군」들은 이를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비싼값으로 되파는 것이다.
홍콩에서 훔쳐온 벤츠승용차가 북경거리에서 「활보」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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