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홈쇼핑 링으로 … 맞수들은 떨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롯데가 업계 4위 우리홈쇼핑의 인수를 확정하고 TV홈쇼핑 사업에 나서면서 업계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유통 공룡인 롯데가 28일 홈쇼핑 1등 목표를 공개 선언한 만큼 백화점.할인점 등 오프라인 유통망을 무기로 치열한 마케팅을 펼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선두권 위협할 우리홈쇼핑=홈쇼핑업계는 '2강(GS.CJ), 1중 (현대), 2약(우리홈.농수산) 구도다. 지난해 말 거래액 기준으로 GS.CJ가 1조5000억원 안팎이고 현대 8500억원, 우리 5700억원 대다. 농수산은 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우리홈쇼핑은 일단 약체로 분류된다. GS.CJ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T-커머스(디지털 방송을 통한 쌍방향 판매) 등 사업 확대에 나서는 동안 우리는 투자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하지만 유통 거인 롯데가 전폭 지원에 나선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위권을 치고 올라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고 수년 내 GS.CJ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홈쇼핑 업계가 두 차례 롯데의 우리 인수를 반대하는 성명을 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CJ홈쇼핑 관계자는" 롯데가 좋은 채널을 잡으려고 유선방송 사업자에 주는 수수료를 올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GS홈쇼핑 측은 "유선방송사업자(SO)에 내는 수수료가 한 해 수백억원 대인데 수수료 인상 경쟁이 벌어지면 수익성 악화가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는 "수수료는 태광과의 관계가 정리된 뒤 생각할 문제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우리를 제외한 홈쇼핑 네 업체들은 롯데가 당분간 중소기업 제품을 주로 파는 우리홈쇼핑의 성격을 유지하겠지만 점차 대기업.유명 제품 판매 비중을 키우며 시장 장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증권의 박종렬 애널리스트는 "우리의 2대 주주이자 국내 최대 유선방송사업자(SO)인 태광과의 불편한 관계가 개선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농수산쇼핑의 향배는=롯데의 홈쇼핑 참여로 5개 홈쇼핑 업체 중 네 군데가 대기업 계열이 되면서 그렇지 못한 농수산홈쇼핑의 인수합병 소문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농수산은 닭고기 생산업체인 하림이 대주주다. CJ투자증권의 민영상 애널리스트는 "신세계가 농수산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레 점쳤다. 농수산 측은 "하림의 자금사정이 나쁘지 않고 홈쇼핑이 수익을 내고 있어 회사를 팔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신세계 역시 "현재로선 인수계획이 없다"고 소문을 부인했다. 하지만 홈쇼핑의 성장성과 다른 유통망과의 시너지 효과 등을 감안할 때 농수산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