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교육(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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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6명의 임부에게 6주동안 매일 두차례씩 아름다운 동화를 들려 주었다. 아기들이 세상에 태어나자 그날부터 그 엄마들에게 똑같은 동화를 계속해 다시 읽어 주었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하나의 예외도 없이 엄마들이 그 동화를 듣고 있는 동안 아기들은 아주 만족스럽고 평온하게 엄마젖을 빨고 있었다.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84년 7월14일)에 소개된 얘기다. 아기는 태중에 있을때 엄마의 귀를 통해 듣고 엄마의 가슴을 통해 감동했던 일들을 세상에 나와서도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자장가 얘기도 있다. 1년6개월 된 아기를 키우고 있는 미국의 엄마중 61%가 아기를 잠재울때 자장가를 부르고 있었다. 일본의 엄마들도 절반쯤이 그런다. 우리나라 엄마중 자장가를 부르며 아기를 잠재우는 엄마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아동심리학자들은 아기가 가장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상태는 엄마품에 안겨 있을때라고 말한다. 사람의 피부는 섬세한 감각기관의 구실도 한다. 말못하는 아기들은 그 피부를 통해 엄마에 관한 정보를 얻고,또 대화도 한다.
피부가 긴장되어있으면 『아,엄마가 화났구나』하고 아기는 짐작한다. 엄마의 건강이 좋지 않을때도 아기들은 엄마품에 나타나는 반응으로 그것을 눈치챈다. 엄마가 아기를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는지,아니면 귀찮아하는지도 아기는 엄마의 피부에서 숨김없이 읽는다.
이런 사실들은 아기의 교육이 벌써 엄마의 태중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엄마의 품속은 그대로 아기의 교실이고,교회이고,세상인 셈이다. 엄마가 아기를 꼭 껴안고 젖을 물리는 것은 수유의 의미보다 더 값진 정서교육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속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기만 하다. 엄마의 따뜻한 품은 굳게 닫히고,차가운 고무 젖꼭지를 물리는 엄마들이 날로 늘고 있다. 엊그제 한 TV에 비친 어느 종합병원 산원의 모습도 그랬다.
이런 현실에서 국내 분유업자들은 앞으로는 아기의 얼굴이 그려진 분유광고를 자제한다는 약정에 서명했다. 문제는 광고보다도 엄마의 생각이지만 그것이 아기들을 엄마품으로 돌아가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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