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윤사섭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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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화도 잘 내고 툭하면 삐치고 천성적으로 나는 아이인가 봅니다. 환갑·진갑지나 아무리 어른스럽게 보이려해도 어색하기만 하고, 그러니. 아동문학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었나봅니다.』
1955년 어린이신문에 동화『인숙이』가 추천되고 1960년에. 경향신문에 동화『전봇대가 본 별들』이 당선되면서 아동문학 활동을 시작한 윤사섭씨(61).
대한민국문학상 수상작인『목각인형』등 동화 10권을 가지고 있는 윤씨는 서민적이고 향토적인 색채를 떤다는 평을 받는 아동문학계의 원로다. 흔히 동화작가는 선천적으로 타고 나야한다고들 하는데 잘 삐치고 화낸다는 윤씨는 타고난 동화작가로 밖에 볼 수 없다. 공부한다고 서울 유학한 것을 빼고는 김천에서 살았다는 윤씨는 자신이 못나서 좀더 나은 대처로 빠져나가지 못했다 한다.
『다들 서울로 서울로 가는데 내가 못나서 여기 머문 것이지요. 나 같은 쭉쩡이들이라도 남아 있어야 향토가 지켜지기도 하고요.』
자신을 스스로「김천문단에의 고물」이라는 윤씨는 그러나 지금도 젊은 문인들과 스스럼없이 터놓고 지내는 김천문단의 산증인이자 활력이다. 1959년「흑맥문학회」의 창립 멤버로, 그리고 74년「김천문지회」, 80년「김천문학회」를 주도적으로 결성, 오늘의 김천문협을 일군 사람이 윤씨다.
『제자들의 뜨거운 정이 남아 있어 고향이 좋습니다. 나에게 계속 작품을 쓰게 하는 것은 바로 그 정입니다. 나는 살아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좋은 작품으로밖에 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천에서 교직에 몸담았던 윤씨는 제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수단이 바로 자기 작품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윤씨의 동화관은『바르게 살아가는 길을 가르치는 문학』이다.
『앞으로 학교·교사·학부형·아동의 네 가지 시각에서 오늘날 교육의 문제점을 살펴보는 장편동화를 쓸 예정입니다. 아동들의 정서함양도 물론 아동문학의 중요한 몫이지만 아동들에게 알릴 것은 정확하게 알려야돼요. 그들에게 사회를 보는 바른길을 알려주는 것도 아동문학의 몫입니다.』
순수동화라는 미명아래 할 이야기도 없이 그저 아름답고 밝기만 한 시대 착오적 동화나 흥미본위의 아동물이 판치고있는 아동문단이 안타깝다는 윤씨는 아동의 흥미를 충족시키면서도 세상을 올바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 있는 참다운 아동문학이 아쉽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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