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열린우리당, '독야당청(獨也黨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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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각기 독자행보를 보이면서 정국돌파에 나서고 있다.

그간 국정운영과 열린우리당의 진로를 놓고 당.청 갈등을 빚는 등 불협화음을 이어왔던 노 대통령과 여당은 지난 21일 노 대통령이 민주평통 상임위에서 격정적인 발언을 쏟아낸 후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당은 당대로 각개전투로 전략을 바꾼 모양새다.

노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공격을 받고 참아왔는데 앞으로는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해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을 상대로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알릴 것은 알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7일 부산을 찾은 노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제 얘길 하나도 못했다. 저도 본전을 좀 뽑아야겠다"며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높은데 너무 걱정 마라. 감히 말씀드리지만 우리나라에서 10년 이상 미뤄왔던 사업을 참여정부에서 다 정리했다"고 참여정부의 성과를 직접 열거했다.

노 대통령은 방폐장 부지해결, 균형발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용산기지 이전, 국방개혁, 사법개혁, 비전2030 등을 꼽으며 "할 일은 다 했다고 감히 자부하고 있다"며 "정책에 시행착오가 있었다면 제일 큰 게 부동산인데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게 없다"고 적극적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언론을 향해서는 더욱 공세적으로 대응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은 할 말을 똑바로 하라"며 "오늘은 타고 간다고 긁고, 내일은 내려서 걸어간다고 긁고, 아침저녁으로 관점이 바뀌어서 두드린다"고 비판했다.

특히 참여정부가 권위주의와 특권의식 해체에 있어서 과거 정권보다도 탁월했음을 상기시키듯 "저는 특권 구조를 거부하고 해체하는 발전 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권을 갖고 있는 집단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제게 주어져 있는 수단은 폭력도 없고, 국회에서 법을 내 맘대로 만들 수도 없고, 그래서 결국 결탁을 거부하고 부당한 공격에 항거하는 것"이라고 언론과 각을 세우는 이유를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직접화법을 통해 대국민 접촉을 늘리는 사이 열린우리당은 당의 진로를 통합신당 추진으로 합의하고 본격적인 정계개편 수순에 들어갔다.

열린우리당은 27일 의원총회를 열고 격론 끝에 '대통합 추진'에 합의했다.

총 5개항으로 구성된 합의문의 주된 내용은 ▶과거시대로 퇴행하는 한나라당에 맞서 대오를 정비하고 민생개혁에 전념하며 ▶내년 2월14일 전당대회에서 민주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의 대통합에 나서며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

당 사수냐 신당이냐를 두고 친노세력과 반노세력간에 힘겨루기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결국 대통합으로 의견을 모은 데는 지금의 정치여건상 반한나라당 연대를 하지 않고는 정권재창출을 이루기 어렵다는 현실적 조건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승용 의원은 "정권 재창출되기 위해서는 반한나라당 세력은 있는 세력이건 없는 세력이건 다 함께 모여야 한다"며 "마누라도 바꾸라면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규식 의원은 "우리당은 이미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며 "'도로 우리당'으로는 국민 앞에 설 수 없다"고 통합신당 외에는 대안이 없음을 역설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 추진과 노 대통령의 대국민 직접의견 표명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은 낮은 국정지지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직접적 의견 표명'을 통해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적 오해를 불식시켜 지지율 반등을 모색하는 한편, 열린우리당은 '통합 신당'으로 사분오열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게 아니냐는 것.

이로써 내년 대선은 지난 두 번의 대선과 마찬가지로 51대 49라는 박빙의 승부로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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