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농아연극 연출가 「제3무대」 대표 정운씨|"농아들에 자신감 심어주려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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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농아들을 정상인 대우하는 것은 좋습니다. 단지 듣지 못하는 장애는 급기야 말을 못하게 만들고 사회에서도 쉽게 유리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책임은 우선 부모에게 있겠지만 사회적 책무도 매우 큽니다. 연극이 농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됐으면 합니다.』
86년이래 『말없는 신의 자식들』 『혼의 소리』 『탈의 소리』 등 농아들을 위한 연극을 연출해온 국내 유일의 농아극단 연출가 정운씨(56· 제3무대 대표). 그는 말 못 하는 농아들의 장애가 어떤 장애보다 치명적이라면서 이는 연극연습을 통해 상당한 치유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평소 연극에 관심이 있는 정완씨(김기창 화백의 아들· 한국 청각장애자 복지회 대표)의 도움으로 86년 서울 역삼동 청음회관에 극단사무실을 내면서 농아들과 인연을 맺었어요. 농아들의 연극소화 능력이 아주 뛰어난 것을 보고 농아연극에 착안했지요.』
56년 대학을 졸업한 뒤 영화·연극 연출을 계속해 온 그는 이때부터 자신이 쌓아온 30년 연출경험보다 훨씬 더 「값진 싸움」을 계속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자신과 제3무대 단원 전원이 수화를 익혀야 했고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농아들을 일으켜 세우며 간신히 첫 작품을 완성했다고 되새겼다.
『농아단원만으로 짜여진 연극 「혼의 소리」 「탈의 소리」가 속속 공연되자 관객들의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하더군요. 지방순회공연에 이어 앙코르공연이 계속되고 해외 교포들은 편지·국제전화로 성원했습니다. 89년 중앙일보 시카고지사 초청으로 방미공연 중 백상예술대상 특별상 수상소식을 들었을 땐 단원 모두 눈물을 흘렸었지요.』
올해 초 동아연극상 특별상을 수상한 농아극단단원은 현재 16명. 결혼 뒤 브라질 이민을 떠났던 주연 이영호씨(28)가 다시 돌아오는 등 모두 열성파라고 귀띔했다.
『오는 8일부터 21일까지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탈의 소리」 앙코르 공연이 있습니다. 중추신경 마비증세가 있는 이들이 눈물겹게 상고무를 배우고 설장구를 익힌 작품입니다. 와서 격려해주세요.』 <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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