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7가] 스포츠 폭력의 퇴출 사유

중앙일보

입력

얼마 전 NBA 사무국은 '주먹다짐'을 벌인 뉴욕 닉스와 덴버 너기츠 선수들에게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난투극을 벌인 7명의 선수들에게 모두 합쳐 47경기의 출장 정지 조치와 함께 벌금도 부과했습니다.

특히 닉스 선수에게 펀치를 날려 싸움을 확대시킨 덴버의 '슛쟁이' 카멜로 앤서니에겐 무려 15경기 출장 정지의 철퇴를 가했습니다. 양팀에 사상 유례 없는 50만 달러씩의 벌금도 부과했습니다.

징계가 떨어지자 일부 흑인 선수들이 볼멘소리를 냈습니다.

그들은 "다른 종목에서도 훨씬 죄질이 나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는데 유독 농구만 징계가 가혹하다. 그것은 NBA에 하키나 야구보다 유독 흑인 선수들이 많아(전체 70%) 훨씬 더 엄밀한 현미경을 들이대는 탓이다"며 인종 문제로 비화시키려 했습니다.

그러나 데이빗 스턴 NBA 커미셔너는 단호했습니다. "우리는 더욱 강력한 잣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농구는 우리의 게임이고 팬과 지켜야 할 약속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폭력 사태를 야기하는 선수들은 더 오랫동안 뛰지못하게 할 것"이라며 엄중 경고했습니다.

지난 2004년 스포츠 사상 최악의 '팬 폭력 사태'였던 인디애나-디트로이트전 이후 코트에서 폭력을 뿌리뽑겠다는 NBA의 강력한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입니다.

언론들도 일부 흑인 선수들의 불만이 오히려 인종주의적 편견이라며 스턴 커미셔너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스포츠 폭력'이 사라져야 한다는 논리는 우리 사회에서 여러가지 형태로 행해지는 폭력이 없어져야 한다는 당위와 다를 게 하나도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폭력은 '모방성과 전염성'이 가공할만 하기 때문입니다.

'체벌'을 반대하는 교육학자들에 따르면 교사들의 반복되는 체벌이 어린이들에게 폭력을 내면화시켜 그것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트리고 굴종까지 시켜 결국 가해의 쾌감까지 느끼게 한다고 합니다.

다저스 시절 시카고 원정을 갔다가 동료 선수와 팬이 벌인 난투극에 참여했다가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던 박찬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라운드에 나가면 선수들은 자신을 향해 야유를 퍼붓는 팬들에게 '공포'를 체험한다. 어떤 위해를 가할지도 모른다는 잠재적 위협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폭력을 행사하는 팬들에게 대항하는 선수의 행위를 무조건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 그것은 선수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는 일종의 자위적 행위이기도 한 때문이다."

박찬호의 말은 역설적으로 '폭력의 악순환'에 대한 경계를 에누리 없이 보여줍니다. 동업자인 선수끼리이건 팬과 선수 사이에 벌어지는 싸움이건 폭력은 그 모방성과 전염성으로 끝없는 악순환을 부를 뿐이라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NBA의 이번 중징계는 흑인 선수들에게만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이중잣대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보호하려는 NBA의 자구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충격적인' 눈 요기거리 쇼밖에 안되는 스포츠 폭력은 정말로 영원히 퇴출돼야 할 전혀 필요없는 악입니다.

USA 중앙일보 구자겸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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