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 덕에 국민 안심하고 지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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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고건(사진) 전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해병대원 20여 명과 함께 구호를 외쳤다. 오른 주먹을 불끈 쥔 채였다. 병사용 방한복도 입었다. 북한 땅이 지척인 경기도 김포에 있는 해병대 청룡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그는 이어 경계초소와 내무반을 둘러보았다. 병사들에게 일일이 "내무 생활에 불편한 게 없느냐"고 물었다. 또 "총리 재임 시절 내무반 침상을 1인용 침대로 바꾸는 사업을 계획했는데 어느 정도 진척됐느냐"고 챙기기도 했다. 그는 "여러분이 있기에 국민이 편안하고 안심하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덕담을 했다.

정치권에선 그의 군부대 방문이 노무현 대통령과 역대 군 수뇌부의 충돌 국면에서 이뤄진 점을 주목하고 있다. 고 전 총리 자신도 노 대통령과 갈등 중이기 때문이다.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란 발언을 한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 전 총리의 한 측근은 "노 대통령이 '직무유기' 등의 단어를 써 가며 역대 군 수뇌부를 비판한 건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의 대변인 격인 김덕봉 전 총리공보수석은 하지만 "한 달 전에 잡은 일정"이라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구름이 움직이니 시원하게 비가 뿌린다"=고 전 총리는 이날 '운행우시(雲行雨施)'를 새해 화두로 정했다. "내년엔 시원하게 비가 뿌렸으면 좋겠다"며 '주역'에 나오는 이 말을 골랐다고 한다.

최근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정한 '밀운불우(密雲不雨.구름만 빽빽하고 비가 내리지 못함)'의 현 상황을 해소하겠다는 의지의 피력이라고 측근들은 설명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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