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 방류 두산 규탄 집회」여는|공해 추방 운동 연합 최열 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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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순수 민간 공해 문제 연구 단체인 공해 추방 운동 연합이 26일 서울 충신동 사무실에 새로 공해 고발 센터를 개설한데 이어 3O일 오후 3시 종로3가 파고다 공원에서 「페놀 불법 방류 두산 그룹 규탄 집회 및 평화 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지난 16일 「페놀 사건」발생 이후 부쩍 바빠진 공해 추방 운동 연합 최열 의장(43)을 만나 페놀 사건의 조사 결과와 고발 센터 운용 실태 등을 들어봤다.
-고발 센터 개설 이후 시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개설 첫날인 26일 하루에만도 50여건의 고발이 접수됐습니다. 「어항에 수돗물을 넣었더니 금붕어가 모두 죽었다』『나환자촌의 불법 방류를 왜 보고만 있느냐」「공추연의 활동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뭐냐」는 등 시민들의 질책과 관심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습니다』
-25일에는 민간 합동 조사단을 이끌고 대구 현지에 다녀오셨다지요.
현지에서 보고 느낀 소감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한마디로 그런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우리의 생명을 맡겨왔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는 생각밖엔 없었습니다. 「페놀에 이산화염소를 투여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곳 상수도 본부장이 답변하기를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또 「잘 모르겠다」는 등 횡설수설하더군요.
다사 정수장에서는 29개 항목에 대한 수질 분석 결과 자료를 요구했더니「상부 보고용일 뿐 외부에는 발표할 수 없다」고 버티는가 하면,「정수장에 독성 물질이 유입될 경우 대비책은 서 있느냐」고 묻자 「그럴 염려는 추호도 없다」고 하다 계속 추궁해 들어가자 「너무 어려운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대구 시장은 또 우리 민간 합동 조사단의 질문을 아예 봉쇄해 버리기도 했습니다』
두산 전자측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습니까.
『한심한 것은 하루 평균 1Ot씩의 페놀을 사용하면서도 재고량이 얼마인지 모르고 있었다는 겁니다. 불의의 사고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83년 인도의 보팔 사건이나 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사건과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페놀사건」과 관련, 최 의장은 시민들의 끈질긴 감시와 연대 의식만이 공해를 추방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길일뿐 정부나 기업이 스스로 해결해 주리라는 기대는 전혀 터무니없는 기대라고 단정했다.
30일 파고다 공원에서의 행사에는 가수 정태춘씨가 출연, 자신이 최근 작사·작곡한 『죽음의 강』을 직접 시창할 예정이다.<김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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