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자치 보장된다면 중국에 속하는 것이 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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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사진)는 티베트가 종교.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중국의 일부로 남아 있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 보도했다.

달라이 라마는 24일 인도 뉴델리에서 한 강연에서 "중국의 막강한 경제력을 감안할 때 의미 있는 정도의 자치만 보장된다면 (독립하는 것보다) 중국의 일부로 남아 있는 것이 티베트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미 있는 수준의 자치는 티베트 고유 문화를 지킬 수 있도록 보장받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달라이 라마는 "우리는 티베트의 문화와 환경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자유를 원하고, 한족의 영향력 강화와 중국어의 확대 보급을 통한 티베트의 언어와 전통 문화 말살에 반대할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티베트에 배치된 병력을 축소와 한족의 이주정책을 중단할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그는 "의도적이건 아니건 간에 티베트에 한족이 계속 늘어나고 병력이 증강되면서 문화적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병력 축소가 "티베트를 핵무기가 없는 평화지대로 만들려는 우리의 목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인도 PTI통신이 전했다.

이어 그는 "모든 티베트인은 티베트의 발전을 원한다"며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경제개발 정책에는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중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봉기가 실패하자 인도 북부 다름살라로 건너가 망명정부를 세웠으며, 현재 인도에는 약 14만 명의 티베트인이 살고 있다.

이번 연설에서 그가 티베트의 문화적 정체성을 강조한 것은 올 7월 베이징과 티베트의 라싸를 잇는 칭짱(靑藏)철도가 개통되면서 시작된 문화적 침투 현상을 경계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칭짱철도 개통을 통해 티베트에 대한 경제개발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티베트인들은 철도가 티베트의 생태계와 독특한 문화를 파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달라이 라마의 한 측근은 철도가 한족의 이주를 촉진해 이 지역을 '군사화'할 수 있다며 칭짱철도 개통을 '제2의 티베트 침략'이라고 비난했었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강연에서 "중국 정부의 티베트에 대한 비난과 억압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중국과 충실히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 해 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이 티베트의 문화와 정신, 그리고 환경을 보호해준다면 중국 통치를 받아들이고 티베트 자치 독립 요구를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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