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정 범민련 남측 고문 '인권위 보고서' 북에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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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간첩 혐의로 구속된 강순정(76)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고문이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의 동향이 담긴 국가인권위원회의 보고서를 북한 공작원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강씨는 인권위가 2003년 펴낸 '보안관찰자 인권침해 실태' 자료를 범민련 캐나다 본부의 간부 K씨에게 보냈다고 한다. K씨는 북한의 통일전선부에서 관리하는 대남 공작원으로 공안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해당 자료는 2002년 10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가 인권위의 연구용역을 받아 작성한 것이다. 50명의 보안관찰자를 심층 면접한 이 자료에는 1명을 제외한 49명이 간첩 혐의 등으로 처벌을 받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이었다.

당시 민가협은 "보호관찰법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강씨가 인권 침해 등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해 남한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을 유도하려는 북한의 지침을 받고 관련 자료를 수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씨는 범민련 남측본부 인사 등 10여 명과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연방통추)'를 조직해 북한식 연방제 통일방안을 연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강씨는 미국 내 주요 연구소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입수한 '남한의 미사일 방어체제''군비 예산''F-15K 관련 자료' 등도 북한 공작원에게 넘겼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강씨가 16개의 국가기밀을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음달 강씨를 간첩 혐의(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등으로 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강씨는 "범민련 캐나다 본부 간부에게 관련 자료를 보냈으나 북한에 가는 줄은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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