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치도 잘하는 대통령/문창극 워싱턴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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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걸프전의 승리로 인기가 절정에 올라가 있는 부시대통령이 과연 미국이 안고 있는 국내문제도 이번 전쟁만큼이나 멋지게 해결할 수 있겠느냐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부시대통령이 골치아픈 국내문제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이번 전쟁처럼 쉽게 영광이 돌아오는 외교문제에만 계속 매달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들도 나오고 있다.
사실 미국과 같은 대국에서 대통령의 외교적 임무라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부시뿐 아니라 역대 미국대통령들이 외교에 많은 정력을 기울인 것도 물론 이같은 대통령의 위치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비판가들은 많은 대통령들이 일부러 국내문제는 외면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국내문제라는 것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해가 엇갈리게 마련이어서 항상 시끄럽게 마련이다.
반면 외교라는 것은 이러한 이해관계가 비교적 단선적인데다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게 특징이다.
또 상대방도 국내의 정적과는 그 성격부터가 다르다.
부시대통령의 경우 미국의 오랜 외교적 적이었던 아사드 시리아대통령과 대화하는 것이 민주당의 대통령경쟁자와 대화하기 보다 오히려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가능하다.
또 외교라는 것이 21발의 예포와 장엄한 만찬으로 상징되듯 포장이 그럴듯해 대통령이라면 인간적으로도 그쪽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부시대통령도 국내적으로 산적한 경제문제,교육문제,사회보장문제등을 해결하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이러한 쉬운길을 따라가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들으면서 우리나라는 과연 어떠한가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대통령의 잦은 순방외교,북방외교로 혹시 우리의 산적한 국내문제가 외면당하지나 않았는지,혹시 시끄러운 국내문제로 쏠리는 국민의 시선이 밖으로 돌려지는 것은 아닌지.
대학부정입학·수서파동·낙동강오염등의 끔찍한 사건소식을 접하며 이제 우리도 외교를 잘하는 대통령뿐 아니라 골치는 아프지만 우리문제를 과감히 싸안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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