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시위 충돌 위기/급진파들 「옐친 지지」강행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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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국선 군·경찰 투입 저지 방침
【모스크바 AP·로이터=연합】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최고회의 의장을 지지하는 급진파들이 당국의 시위 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28일 대규모 시위를 가질 계획인데 맞서 연방정부 당국은 각종 진압장비를 갖춘 수만명규모의 경찰과 보안군병력을 증강배치함으로써 모스크바시는 충돌을 우려하는 긴장의 분위기에 싸여 있다.
연방각료위원회의 결의에 따라 시의회의 통제에서 벗어나 내무부 산하로 편입된 모스크바 시경의 부책임자인 레프 벨리아노프스키는 사실상 모든 경찰요원이 시위 대비조치에 투입됐다고 밝히면서 『시위대는 저지될 것』이라고 장담했으며 국가보안위원회(KGB) 모스크바 책임자 비탈리 프리루코프도 시위가 발생하면 『KGB는 경찰과 함께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결정적인 조치들을 취하겠다』고 다짐했다.
내무부는 진압을 위해 소방차의 물세례는 물론 기마순찰대·고무탄·최루탄·경찰견도 동원하는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시위진압용으로 모스크바 인근 부대의 장갑차량이 시내로 이동배치될지 모른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27일 모스크바시의 상공에는 헬기가 선회비행을 시작했으며 시위 예상 집결지에 배치된 군경요원들은 붉은 광장으로 통하는 도로를 차단하고 행인들이 마네즈르 광장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으며 시의회 건물앞에서는 몇몇 시민이 『옐친은 우리의 희망』이라는 피킷을 들고 시위를 벌이다 강제해산되기도 했다.
붉은 광장의 북단에 있는 역사박물관 주변에는 소련당국이 도로 차단용으로 흔히 사용하는 덤프 트럭과 버스,건설용 중장비차량이 동원됐으며 경비대원들은 관광객들의 출입을 저지했다.
모스크바시 의회기관지 쿠란트는 크렘린과 시위 예정지에서 불과 5㎞떨어진 한 군기지에 적어도 23대의 장갑차들이 도착했다고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개혁파 신문인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는 자신을 KGB의 요원이라고 밝힌 한 남자가 이 신문에 전화를 걸어 현재 KGB와 모스크바지역 육군부대들은 28일 예상되는 대규모 소요사태에 대비,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옐친에 대한 지지시위를 주도할 민주러시아동맹은 28일의 시위에 약 50만명의 군중이 참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주러시아동맹측은 28일의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2개 지점에 집결,크렘린궁으로 통하는 출입문이 있는 마네즈르 광장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하면서,그러나 만일 경찰의 저지를 받으면 충돌하지 않고 물러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모스크바시 의회지도자들은 시위 금지조치와 관련,국가헌법감시위원회에 이것이 위헌임을 선언해줄 것을 호소했다. 인테르팍스통신사도 러시아 공화국 최고회의 간부회가 이를 불법으로 간주했다고 전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소련 대통령과 그의 각료들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옐친이 의장으로 있는 러시아 공화국 최고회의내의 강경 공산주의자들은 28,29일 개최되는 특별회의에서 옐친에 대한 불신임안 통과를 모색중인데 급진개혁파인 옐친은 러시아 공화국 국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최고회의내에는 고르바초프 지지파등 강경세력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불안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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