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후계림 시험중인 경북대 홍성천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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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소나무 숲이 점차 쇠퇴하고 있습니다. '후손' 대책이 시급해요." 지난달 22일 울진군 서면 소광리의 금강송 군락지를 찾았을 때 경북대 홍성천(洪盛千.62.임학.사진)교수는 산 중턱에서 금강송을 베고 땅을 고르는 작업을 지휘하고 있었다. 洪교수는 기자에게 대뜸 "이제 금강송이 좋다는 식의 보도는 그만 두라"고 말문을 열었다.

금강송을 찬양하면서 이 군락지를 이어갈 어린 소나무는 키우지 않아 늙은 나무만 남았다는 것이다. 금강송은 소광리 백병산(해발 450~1120m) 남동쪽 1천6백10㏊에 1백여만그루가 서 있었다.

소나무 나이는 평균 1백50년. 오래된 소나무는 5백20년이 된 것도 있다. 산림청은 1983년 이 숲을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했다. 국내에 하나뿐인 금강송 숲이기 때문이다.

휴식년을 맞아 이 숲을 자주 찾는 洪교수는 젊고 어린 금강송을 키울 이른바 후계림 조성을 연구하고 있다. 그 연구를 위해 금강송 수십그루를 베내고 그 자리에서 효율적인 후계림 조성방법을 찾고 있다. 洪교수는 "금강송이 옛날과 달리 과보호돼 오히려 쇠퇴한다"는 주장을 폈다. 언젠가부터 주민들은 떨어진 솔잎을 땔감으로 끌어가지 않고 화전민이 사라져 산불도 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소나무 씨가 땅에 떨어져 자연발아로 2세가 자라는 환경은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그 사이 참나무 같은 활엽수들이 왕성하게 자라 햇볕을 필요로 하는 소나무는 그늘에 가려 점차 죽는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그는 후계림 조성의 시급성을 강조한다. 금강송특별법 제정도 추진중인 洪교수는 "활엽수의 득세가 이미 도를 넘어섰다"며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무성한 참나무들을 가리켰다.

송의호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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