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 미술품을 잡아라'|해외 경매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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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의 고 미술품을 잡아라.
최근 소더비·크리스티 등 해외의 유명 경매 시장에서 한국 고 미술품의 인기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중·일 작품 인기 시들>
같은 동양권에서도 중국·일본의 고미술품들은 인기가 시들해져 점차 유찰률이 늘어나는데 비해 한국의 고미술품들은 거의 모두 내정가를 크게 뛰어넘어 팔리고있다.
이 때문에 소더비·크리스티 등은 세계 구석 구석에서 한국 고미술품 소장가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27일 열린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는 도자기·목칠·회화·탱화 등 여러 종류의 한국 고미술품 1백25점이 출품됐다.
이처럼 한국 고미술품이 무더기로 출품된 것은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경매 결과는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예정가 l0만∼15만 달러를 호가하는 17세기증기의 탱화 『지옥도』등 상당히 높은 품질의 고미술품이 대거 출품됐다.
이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지난해 10월 18세기말에 제작된 8폭 병풍 『화성능행도』가 사상 처음으로 1백만 달러가 넘는 1백4만5천 달러에 팔리는 기록을 세웠었다.

<현대화도 경매 계획>
한국 고미술품이 이처럼 인기를 끌자 크리스티는 고미술품 소장가를 찾아나서는 한편 현대 미술품까지도 경매에 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한 고미술상 대표에 따르면 크리스티의 동양 미술 담당자가 최근 고 김환기·이응노·박수근 화백 등의 작품을 찾고있으며 이미 상당량을 확보한 듯 『빠르면 올해 안에 한국의 현대 미술품을 경매에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한편 소더비는 오는 6월 런던 경매에 한국 고미술품 50여점을 출품할 예정이라고 소더비 한국지점 조명계 지점장이 밝혔다.
이 고미술품들은 소더비가 그 동안 이를 소강해오던 한 덴마크 소장가를 찾아내 고려 청자를 중심으로 한 소장품 3백여점 가운데 심사를 거쳐 선택한 것이다.
소더비는 또 미국에 살고있는 한 스웨덴인 소장가를 발굴, 그의 소장품 3백여점을 정밀조사중에 있으며 이를 12월 뉴욕경매에 붙일 예정이다.
소더비는 이 소장품 가운데 수준 높은 고미술품이 1백점이상 될 경우, 사상 처음으로 한국 고미술품 단독으로 경매를 열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영서 높은 관심>
소더비는 또 국내 고미술품의 실태와 수준을 조사하기 위해 오는 4월8일 중국 담당 간부직원을 한국에 파견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한국 고미술품에 대한 높은 관심은 영국의 인디펜던트지 등이 지난해부터 한국 고미술품에 대한 기사를 부쩍 많이 싣고 있는 사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소더비·크리스티뿐 아니라 지난해부터는 프랑스의 드루오 경매 등 유럽 각국의 경매 시장과 미술관에서도 한국 고미술품을 경매하고 찾아나서고 있다.

<국내 화랑 딜러 참가>
한편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요즘 한국인들을 찾아보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현실이 됐다.
그 동안 이같은 경매에는 국내 소장가들의 의뢰를 받은 현지 한국인 l∼2명이 참가한 것이 고작이었으나 이제는 고정적 참가자만 7∼8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국내 C화랑의 K대표, K화랑의 L대표 등이 단골 딜러로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더비의 조 지점장은 『한국 고미술품이 경매에서 인기를 얻을수록 해외 각지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급 고미술품들이 많이 발굴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외국에있는 우리 문화재의 소재를 확인하고 또 다시 들여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한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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