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희색 평민 허탈/3·26 기초의회선거 정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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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의 이율배반”「도저」에 실망 선관위/민자 광역때 견제심리 우려/평민 중부진출 그나마 위안/청와대 압승 만족… 야 자극할까 조심
○투개표 별 사고없자 안도
○…중앙선관위는 기초의회 의원선거 개표가 거의 완료된 27일 오전까지 과거 국회의원·대통령선거때처럼 개표중지 등과 같은 시비는 물론 개표에 따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자 『유종의 미를 거뒀다』며 안도했다.
중앙선관위측은 특히 선거운동도 과거에 비해 과열되거나 혼탁한 양상을 보이지 않고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됐고 투·개표 역시 부정시비나 별다른 사고없이 무사히 끝나게 된 것은 우리나라 선거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평가.
선관위측은 따라서 개표 완료후 14일 이내에 신청토록 돼있는 소청도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만족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당초 예상보다 밑도는 55%에 머무르고 서울을 비롯,부산·대구·인천·대전 등 대도시 지역 투표율은 50%도 채 못되는 등 저조한 기록을 보이자 『지자제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막상 투표에는 참가하지 않은 것은 이율배반적 사고』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금소령에 웃지도 못해”
○…민자당은 개표결과 전국적으로 예상대로 압승을 거둔데다 우려했던 서울은 물론 평민당의 아성인 호남에서도 상당히 선전하자 희색이 만면.
박희태 대변인은 『금소령이 내려져 웃지도 못하겠다』며 『이번 선거는 결과도 대만족이지만 과정도 그렇다』고 평가.
선거상황 점검의 실무를 맡았던 장경우 부총장은 이 결과를 『정당간 대결이 아닌 인물대결 양상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때문에 호남지역에서 일부 예상외 진출을 했으나 앞으로 광역의회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희망.
그러나 일부 당직자들은 정당의 대결인 광역의회선거는 기초의회와 다를 뿐 아니라 국민들의 여당 견제심리가 일지도 모른다고 우려.
○예상밖 서울 저조에 실망
○…평민당은 조직국에 설치한 선거상황실에서 김옥두 사무차장·김태랑 조직국장 진두지휘로 밤샘을 하며 전국 개표상황을 체크했으나 기대를 걸었던 서울지역에서 예상외로 실적이 저조하자 모두들 실망한 표정.
특히 현역의원이 버티고 있어 과반수 획득으로 야대를 기대했던 관악구·양천구 등에서 예상을 밑돌자 『서울에서 구의장 2∼3개 목표가 무너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다가 결국 서울에서 과반수 획득 지역이 한곳도 없는 것으로 판명되자 허탈.
서울지역은 선거구별로 기복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상수 의원 선거구인 중랑 갑의 경우 7명 출마에 7명 모두 당선돼 1백% 당선율을 보인 반면 정대철 의원의 중구는 15명 출마에 1명,강금식 의원의 성동 갑은 13명 출마에 1명,조세형 의원의 성동 을은 10명 출마에 3명 당선으로 극히 저조.
평민당 아성인 호남지역은 예상대로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으나 기대치 보다는 밑돌았는데 특히 전 지역의회 석권목표가 전북 남원에서 16대 14로 과반수 획득에 실패,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기초의회 장악은 호남지역 6백84개 선거구중 6백83개에 그치고 그 이외지역은 한곳도 없어 극심한 지역편차를 나타냈다.
영남의 경우는 예상대로 참패,대구·경북지역은 한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으며 부산은 2명,경남은 3명(이상 27일 오전 7시 현재)으로 극소수에 불과.
그러나 평민당이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경기·충청·강원 등 중부지역에서 숫자는 적지만 시·군 의회마다 1∼2명씩 고루 당선자를 낸 것.
○“원내서 더 못했다”질책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27일 오전 총재단회의에서 『서울지역의 경우 원내보다 원외지역구가 잘한 곳이 많다』고 지적,『성동 갑·중구는 왜 한명 밖에 당선시키지 못했는가』고 지역구별로 일일이 질책했다.
김총재는 광역의회의 조기실시에 대해 『민자당의 김영삼 대표나 김윤환 총장이 6월에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는데도 불구,5월에 조기실시한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그러나 정부·여당이 기습실시한다 해도 겁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아성 부산서 참패
○…이기택 총재를 비롯,부산출신 소속의원 8명중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부산에서 어느 정도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됐었으나 영도구의 경우 민주당계 후보 7명이 모두 떨어졌다.
이 지역은 민주당 김정길 의원의 지역구이면서 역대선거에서 강한 야성을 보여 민주당의 강세가 예상됐었으나 지구당 선전부장 박모씨등 후보 전원이 낙선.
○“서울 43% 적정선”주장
○…청와대측은 이번 선거결과에 대단히 만족하면서도 야권을 자극할까봐 표현을 자제.
한 고위관계자는 『돈 안쓰는 공명선거속에 물가자극 등의 부작용이 없는게 무엇보다 큰소득』이라며 전체투표율 55%는 미국 평균 50%를 약간 상회하는 것이고 서울의 42.3%는 일본 동경 수준으로 적정선』이라고 주장.
다른 관계자는 친여 성향의 후보가 압도적이라는 지적과 관련,『그것은 사실이지만 시장·군수들이 다소 부풀려 과장보고한 점도 없지 않다』고 평가를 절하하고 지방자치의 탈정치화추세,사회적 혼란과 비리가 없었던 것을 큰 성과로 꼽았다.<문일현·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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