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구입 국산 가전품|무상 수리 받기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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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해외 근무자 등이 외국에서 구입해 국내로 들여온 TV등 국산 수출품에 대한 아프터 서비스가 외면돼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 소비자 보호원 고발 창구를 통해 나타나기 시작한 이 같은 문제는▲해외 주재나 여행 등이 잦아지면서 외국에서 산 국산 수출품을 국내 반입 후 사용하다 발생하는 고장 ▲국내 미군 매점(PX)등을 통해 유출되는 수출용 국산 가전제품의 하자 발생 등에 대해 국내 가전 제품 회사들이 국내 제품과 같은 수준의 무상 수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 등이다. 보호원 창구에 접수된 이 같은 고발 사례는 90년 한햇 동안 20건 정도 된다.
이는 미국이나 일본·쿠웨이트·사우디 아라비아·파나마 등지에서 살거나 여행하다 구입, 국내로 들여온 냉장고·TV·VTR·컴퓨터 등이 사용 중 고장나거나, 외국 현지에 맞게 전파 방식이 변경된 제품으로 국내 반입 후엔 아예 사용할 수 없거나, 외국의 국내 수출품 판매 대행 업체가 임의로 상품의 부품을 바꿔 넣어 국내에서 부품을 구하기 어렵게 된 경우 등이다.
그러나 국내 가전 제품 회사들은 수출품에 대해선 이미 수출국 판매 업체 쪽에 아프터 서비스 비용을 지원한데다 관계 내규가 설정돼있지 않다는 이유로 아프터 서비스에 난색을 표시하고있다.
김만택 씨 (서울 화곡4동)의 경우 지난해 5월 쿠웨이트의 금성사 취급점에서 TV를 구입해 국내로 반입했으나 전파 방식이 국내와 달라 사용할 수 없다며 금성사측에 교환을 요구했으나 거절 당했다.
안대철씨 (서울 반포4동)도 지난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 현대 전자 대리점에서 구입한 컴퓨터 하드 디스켓에 문제가 생겨 국내 현대 전자측에 무상 수리를 의뢰했다가 거절당한 케이스.
현대측은 나중에 보호원의 중재로 소비자로부터 부품 원가만을 받고 수리해주기로 합의를 보았다는 것.
조선행씨(경기도 광명시)는 일본의 친지가 지난해 4월 일본에서 구입한 삼성전자의 VTR를 선물받아 국내에서 사용 중 고장이나 삼성 전자측에 완벽한 수리나 교환을 요구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보호원에 중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수출품의 국내 품질 보증 기간이 설정돼 있지 않아 아프터 서비스를 지연시켰다며 역시 보호원의 중재로 무상 수리했다.
이 같은 가전 회사들의 입장에 대해 보호원 분쟁 조정부는 『외국에서 들여온 수출품일지라도 구입 장소에 관계 없이 제조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내 제품의 품질 보증기간에 상응하는 기간 내에 수출품도 완벽한 수리나 교환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금성사 소비자 상담실은 『국제화의 추세에 따라 다국적 아프터서비스 문제가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는 수출품도 국내제품과 같은 아프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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