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출세한 사람일수록 키도 커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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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내 마음속 1인치를
찾는 심리실험 150
세르주 시코티 지음
윤미연 옮김
궁리, 400쪽, 1만3000원

우리 회사 노 부장이 노 이사로 승진한 뒤 키가 더 커보인다면 시력저하를 의심해 안과에 가봐야 할까. 천만에. 1964년 다넨마이어와 셔민이라는 두 심리학자가 46명의 간호학과 학생들에게 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의 키를 눈짐작으로 추정해보라는 내용의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그 사람의 실제 키와 학생들이 추정한 키의 오차 범위가 더 벌어졌다. 지위가 높으면 키를 더 크게 봤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사회적 액센트'라고 한다.

바비인형은 어떻게 완벽한 몸매의 대명사가 됐을까. 97년 성인 495명을 대상으로 사람 얼굴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는 실험이 실시됐다. 피실험자들은 사진에 담긴 얼굴의 특징을 평가하고 그 특징이 매력적인지, 혐오스러운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짧은 장딴지, 짧은 목, 돌출된 턱 등을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큰 키, 긴 다리, 가는 허리, 큰 눈, 촘촘하고 고른 치열 등은 좋아했다. 바비인형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같은 특징을 거의 다 갖추고 있었다.

이 책은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갖게 되는 의문과, 갖가지 심리실험을 거쳐 도출된 해답을 나란히 소개한다. 바쁠 때는 왜 항상 신호등에 걸리는지(머피의 법칙인가), 왜 여동생은 오빠의 으리으리한 저택보다 자신의 작고 초라한 집이 더 좋다고 말하는지(자격지심 아닐까), 자신의 운전실력이 남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뭔지(자아도취?) 등등 시시콜콜한 사례에서 엿보이는 인간 심리가 참으로 다양하다. 150가지가 실린 목차만 훑어봐도 호기심이 물씬 생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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