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끈 선관위의 “유념”/김두우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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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앙선관위 전체회의는 21일 「선거기간중 정부의 각종대책 발표」의 선심성여부에 대해 2시간의 논의끝에 원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서도 『오해소지가 있으므로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사족」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이 사족이 『선관위로서는 할만큼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책임회피용인지,아니면 선관위들이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을 완곡하게 표현한 핵심이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선관위측도 어느쪽에 더 무게가 실린 것인지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봐달라』며 부연설명을 거부했다.
그러나 9인합의체로 운영되는 선관위원 전체회의가 많은 단어중 하필이면 「유념」이란 표현을 채택하게된 배경을 살펴보면 선관위의 고심을 어느정도 읽을 수 있다.
유념이란 단어는 사전적 의미로는 『마음에 새겨 생각함』이란 뜻으로 위법·중지요구·자제요청·명심등보다는 강도가 떨어지지만 행정부의 선거기간중 지나친 공약남발에 대해 어느정도 제동을 거는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회의는 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유념해야 할 것임』『기초의회선거는 정당개입이 배제돼 있으므로 정부의 정책발표가 특정정당소속후보자의 당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해 나름대로 언중유골을 느끼게 한다.
지방자치단체를 구태여 명시한 것은 곧 있을 광역의회선거를 겨냥,시·도지사의 선심행정에 쐐기를 박아두자는 뜻이며 정부의 선거기간중 잇따른 정책발표는 정당개입이 허용된 광역의회·국회의원선거에서는 당선에 영향을 주는 행위로 판단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고유업무인 정책수립 및 홍보를 선기기간중이라 하여 중단할 수는 없다』며 정부의 입장도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강도높은 결론이 날 것에 대비,정부대변인 반박성명이 준비됐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측이 얼마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선관위의 결론에 대해 『외부압력때문』이라거나 『너무 몸을 사린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6공들어 선관위가 정부·여당의 종속기관이란 시선을 벗어던지기 위한 노력이 여러차례 있어 왔음을 기억하는 국민들이 많다. 이번 결론에 대해서도 격려와 비판을 함께 보내면서 지켜보고 있는 국민이 적지 않음을 선관위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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