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협조자에 모진 고문”/중동지역 인권단체서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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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쿠웨이트 보안군/탈환후 30∼40명 치사
쿠웨이트인들이 이라크군에 협력한 「부역혐의자」들에게 모진 고문과 학대를 가하고 있다고 중동지역 인권감시단체인 미들이스트워치(MEW)가 21일 폭로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이 단체는 쿠웨이트 보안군과 임의로 구성된 민간집단들이 담뱃불과 칼을 비롯한 각종 도구를 사용,이라크점령군에 협력한 수백명의 혐의자들을 고문하고 있으며 최근 구타로 숨진 두번째의 남자시체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MEW는 다국적군의 쿠웨이트 탈환 이래 3주간 약 30∼40명이 이같은 고문으로 사망했으며 현재 약 2천명이 구금상태에서 대부분이 학대를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쿠웨이트를 방문중인 MEW의 앤드루 휘틀리회장은 『우리가 면담한 피해자들은 쿠웨이트인들의 고문기술이 이라크군이 사용한 것과 매우 흡사하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휘틀리 회장은 쿠웨이트 보안군이 보복의 목적으로 고문등 행위를 저저른 사례가 많이 있다고 지적하고 한 예로 전쟁포로 대우를 받았어야 할 한 이라크군 조종사가 즉결처형됐으며 팔레스타인인 죄수가 처형 현장의 뒤처리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쿠웨이트보안군이 병원의 병실들을 신문과 체형장소로 사용했다고 밝혔는데 알 카베르라는 이름의 한 병원소속 의사들은 지난 2주간 무장보안군이 정형외과 병동을 감시한 것으로 미루어 죄수들이 그 안에 갇혀있었던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쿠웨이트의 3개 병원 의사들은 그들이 수십명의 고문 피해자들을 치료했으며 45구의 비쿠웨이트인 시체를 처리했다고 밝히고 사망자중 상당수는 머리에 총상을 입고 병원에 버려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쿠웨이트 저항군은 탈환이후 며칠동안 부역 혐의자들을 일제 검거했으며 팔레스타인인들을 구타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심지어 언론인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는데 이같은 사형행위는 정규군의 입성과 함께 더욱 조직적인 것으로 변모했으며 군고위층의 묵인아래 자행됐다고 휘틀리회장은 주장하고 있다.
그는 20일 총사퇴한 쿠웨이트 정부가 구금과 고문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으나 정치 지도자들이 이같은 행위를 눈감아 주었다는 증거는 입수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휘틀리회장은 쿠웨이트군의 조직이 엉성하고 지휘계통도 취약하기 때문에 병사들과 저항군들이 민간인의 감시를 받지 않고 멋대로 행동할 수 있는 약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일부 수용소에는 미군이 배치돼 있어 이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쿠웨이트 정부가 적십자국제위원회에 피구금자들과의 전면적인 접촉을 허락해줄 것을 촉구했다.<쿠웨이트시티 ap·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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