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침대업계 1위·2위 나란히 이끄는 형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침대 업계에 '형제 바람'이 거세다. 안성호(35) 에이스침대 사장과 안정호(33) 시몬스침대 사장. 형제는 업계 1위와 2위 기업을 각각 이끌고 있다. 에이스 침대는 지난해 1천5백억원의 매출을 올린 부동의 선두업체다. 시몬스침대는 최근 2년간 매출액을 두배 이상 늘렸다. 지난해 매출 4백억원으로 대진침대를 밀어내고 업계 2위 자리로 올라섰다.

형제가 줄잡아 3천5백억원 규모에 이르는 침대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 형제의 사업 뿌리는 에이스침대다. 창업자인 안유수(70)회장은 에이스침대와는 별도로 미국의 대표적 침대 브랜드인 시몬스의 국내생산.판매권을 따내 사업을 하다 2001년 이를 차남에게 물려 줬다. 또 그는 올 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안성호 사장에게 에이스침대의 경영권을 넘겨 줬다. 대표 이사직도 내놨다.

두 형제는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 오너사장이다.안성호 사장은 에이스 주식 지분의 40%를 갖고 있는 제1대주주다. 안정호 사장은 지분의 99%를 갖고 있다. 집안에선 형, 아우 하는 사이지만 비즈니스 면에선 엄연한 경쟁자다.

두 사람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경기도 분당에 있는 부친의 집에 모여 집안 이야기를 나눌 뿐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침대 디자인 개발 현황은 서로 공개하지 않는다. 알려고도 안한다. 인력 교류도 없다. 심지어 같은 해외가구박람회에 참가할 때도 따로 시찰단을 보낸다.

안성호 사장은 "스프링 등 원자재를 구매할 때 동종 업계 차원에서 협력하는 부분은 있지만 동생 회사의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안정호 사장은 "침대 대리점을 늘리면서 처음에는 에이스침대가 있는 지역은 가급적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젠 그 같은 '성역'도 사실상 없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구대리점이 몰려 있는 지역에 가보면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 대리점이 나란히 있는 곳이 여럿 있다.

안회장은 "선의의 경쟁은 서로를 위해 좋은 것이다. 그러나 볼썽 사납게 싸우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며 훈수할 뿐이다. 형제 사이인데 이전투구는 하지 말라는 뜻이다.

두 경영자의 스타일은 서로 다르다. 안성호 사장은 주로 충북 음성에 있는 공장에 머물며 침대 생산기계를 고안하는 등 현장 경영을 중시한다. 안사장은 대학에 다니면서 방학 때면 공장에 내려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침대 생산라인을 익히기도 했다.

반면 이천에 본사를 둔 시몬스침대 안정호 사장은 사내에선 '기획실장'으로 통한다. 1998년 시몬스의 기획실장으로 입사한 데다 현재도 대표이사와 기획실장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발 업체인 만큼 영업 확대전략을 짜내는 데 치중한다. 또 시몬스의 세계 유통망을 활용한 수출에도 적극적이다.

무차입 경영을 하는 것은 똑같다. 에이스 침대의 안사장은 대표이사 취임 1년 만인 지난해 10월 은행빚을 모두 갚았다. 안정호 사장은 "번 만큼 투자하기 때문에 은행빚이 없다"고 말했다.

안회장은 6.25때 단신 월남한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그래서 두 형제는 이구동성으로 "가업이 된 침대업을 천직으로 알고 한눈을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약 아버지의 고향인 황해도 사리원에 침대공장을 짓는다면 터놓고 협력할 것"이라며 손을 잡았다.

고윤희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shini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