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15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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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누가 봐도 우리나라는 잡지천국이다. 통계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행되고 있는 월간지는 모두 2천4백60종이다. 거기에 격월간지 5백11종,계간지 7백73종,반연간지 2백1종,연간지 1백23종을 더하면 무려 4천종이 넘는다.
그러나 잡지의 종수가 많다고 해서 꼭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기세좋게 창간해 놓고는 바로 폐간하는 잡지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지난 한햇동안 신규등록을 한 잡지는 모두 9백82종. 이 가운데 실제로 창간호를 낸 잡지는 3분의 1도 못되는 반면 기존 잡지 가운데 폐간된 잡지가 2백96종이나 된다. 따라서 잡지천국이라기 보다는 잡지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이같이 많은 잡지들이 창간과 더불어 폐간되는 것은 대부분 경영부실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돈벌이만 생각했지 장기적인 계획이나 특출한 아이디어가 없는 것도 한가지 요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문예지의 선구적 역할을 한 『현대문학』이 지난 1월로 창간 36년을 맞고 이번 3월호로 지령 4백35호를 낸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전후 어려운 여건속에서 잡지를 창간한 것도 그렇지만 한번의 결간도 없이 매달 꼬박꼬박 책을 냈다는 것은 여간 대견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잡지가 우리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3월호로 창간 15주년을 맞은 국내 유일의 무용전문지 『춤』이 바로 그것이다.
일제때의 기방춤이 우리춤의 전부인 것으로 잘못 인식되어온 무용이론 불모의 풍토에서 우리춤을 널리 알리고 전문적인 무용평론가를 배출,춤이론을 전개하는 한편 해외무용정보를 소개함으로써 우리춤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나아가서는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춤』지다.
그뿐 아니라 『춤』지는 대학무용을 활성화시키는 촉매가 되었으며 현대무용의 영역을 확대하는데도 커다란 공헌을 했다.
1천6백부의 발행부수 가운데 유가부수는 4백부 밖에 안되는 이 잡지를 발행인 조동화씨는 사재를 털어가며 15년동안 한번의 결간도 없이 내고 있다. 그가 지난 88년 중앙일보의 「중앙문화대상」 예술상을 탄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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