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염불된 여 공명선거 약속/박병석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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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자당은 시·군·구의원의원선거에서 법이 허용하는 당원단합대회도 열지 않기로 하는등 당의 개입을 배제시켜 모범적인 공명선거를 하겠다고 누차 약속한 바 있다.
민자당지도부는 거듭된 다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액면 그대로 믿지 않을까봐 11일에는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기존 방침을 재천명하고 여·야공명선거협의회 구성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여론과 명분에 밀린 야당이 이에 호응해 협의회구성에 합의함으로써 민자당은 일단 공명선거의 명분을 확보하는데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중앙당차원의 외견상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 민자당이 하고있는 일을 보면 속다르고 겉 다른 것이 여러군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민자당의 공명선거와 정당불개입 주장이 친여권의 승리를 이끌어 내는 선거전략이 아니냐는 의심을 주는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평민당등 야당이 인물난에 허덕이는 등 준비가 제대로 안된 점을 간파,선거운동을 엄격히 제한하면 지명도나 재력에서 상당한 우세를 보이고 있는 민자당후보와 친여권 후보에게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점이다.
민자당이 전국적 조직을 통해 조사집계한 자료에도 출마예상자 10명중 5명이 민자당이며 친여권 무소속까지 합치면 당선예상자 10명중 7명은 친여권으로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최근 민자당이 전국 당원들에게 보낸 선거대비 대화자료를 보면 앞부분에는 공명운운 해놓고 『우리당이 집권여당으로서 정국안정과 국가발전이라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압승을 거두어야 한다』『통치기반의 안정확보가 절대 필요하며 따라서 압승을 거두어야 한다』는등 뒷부분에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
김윤환총장 역시 11일 기자회견에서 정당간여배제를 기껏 강조해 놓고는 『지역특성에 따라 지구당위원장들이 자신의 지지기반 확장으 위해 활동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해 민자당의 방침이 뭐가 뭔지 모르게 만들고 있다.
요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이 대부분 비는 것은 바로 이 「지역특성에 따른 의원들의 현지활동」때문이 아닌가 싶다.
평민당이 지자제후보자들에게 주고 있는 지자제대책위원 임명장이 불법이라면서 민자당은 뒷구멍으로 은밀한 사전조정뿐 아니라 「압승지시」를 내리고 있다. 집권당의 공명선거주장은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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