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쏙!] 용돈 스스로 고민해 쓰게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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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이 경제캠프에서 보드 게임을 하면서 기업에 자산 투자하기, 아르바이트로 돈벌기, 그 돈으로 물품 구입하기등 모의 경제활동을 체험하고 있다. [아이빛연구소 제공]

몇 년 전 "부자되세요"라는 TV 광고가 크게 유행하면서 초등학생들 중에 장래희망을 부자라고 답하는 아이들이 늘었다. 돈의 위력을 어려서부터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자라는 요즘 아이들인 만큼 올바른 '경제교육'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선 막상 경제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 부모들도 어려서 경제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란데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경제교육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유산을 남겨주는 것보다 아이에게 올바른 소비습관 등 경제교육을 제대로 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한다. 초등학생 자녀의 경제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아본다.

◆경제학 지식 아닌 생활 습관 교육=우선 경제교육은 경제학의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부모들이 인식해야 한다. 경제교육은 자녀가 돈의 의미를 알고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생활 습관을 갖게 지도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은연중에 '돈은 많을수록 좋다'거나 '돈은 무조건 아껴 써야 한다'는 식으로 부모의 왜곡된 경제 관념을 그대로 주입해서는 안 된다. 또 수익률.펀드 등 추상적인 개념 위주의 경제 지식을 가르치는 것도 아이에게 '경제는 어렵다'는 선입관을 심어줄 수 있다. 실생활에서 자신의 행동에 담긴 경제적 의미를 차근차근 이해하고 바른 소비.저축 습관을 기르도록 지도해주는 게 필요하다. 그러려면 부모부터 경제 교육 서적을 읽는 등 공부를 해야 한다.

◆초등학교 때 용돈 교육 시작=부모들이 쉽고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경제교육 방법은 바로 용돈이다. 어린이 경제교육 전문가인 김지룡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아이에게 용돈을 줘라"고 권한다. 김씨는 "아이들이 주어진 용돈으로는 원하는 물건을 모두 살 수 없으므로 용돈의 예산 내에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는 데서부터 경제 교육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아이가 물건을 사달라고 조르면 부모가 이걸 사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일을 이제는 자녀가 물건을 살지 말지 고민한 끝에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용돈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가 용돈을 주는 방법과 시기에 대해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김지룡씨는 "아이에게 공부를 하면 용돈을 준다든지, 방 청소를 하면 용돈을 주겠다는 등으로 아이의 생활을 돈으로 지배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아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돈으로 유도하면 아이의 생활 습관이나 학습 태도를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용돈 액수도 부모가 임의대로 정할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먼저 일주일이나 한 달 단위로 예산을 짜도록 한 뒤에 주는 것이 좋다. 또 용돈을 받으면 저축부터 하게 하고, 남은 돈으로 계획성 있게 소비하도록 용돈기입장을 쓰게 해야 한다. 용돈기입장은 부모가 정기적으로 점검해주는 것이 좋다.

◆경제캠프.어린이펀드 투자도 활용=용돈 교육 외에도 자녀에게 쉽고 재밌게 경제를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우선 한국은행이나 재정경제부 등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경제교실 인터넷 사이트에서 경제교육 자료들을 무료로 얻을 수 있다. 만화.플래시 애니메이션.게임 등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교육 자료들을 통해 자녀에게 돈은 어떻게 공급되는지, 용돈은 어떻게 쓰는 게 올바른지, 예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칠 수 있다. 또한 겨울방학을 맞아 시중 은행 등 금융권과 민간 경제교육 업체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경제 캠프도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참여할 수 있다. 자녀에게 직접 어린이 적립식펀드 계좌를 열어 관리하게 하면 체험교육 효과를 거두는 것은 물론이고, 운용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어린이 경제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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