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천여명 증권사 떠났다./불황속 인사적체·단순업무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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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재유학·타금융사·개인사업 전환
최근 1년새 증권사를 떠난 사람이 1천명 가까이 된다. 그중에서도 증권산업을 가장 유망한 미래직종으로 꿈꾸며 들어왔던 우수인력의 이탈이 눈에 띈다.
외국에서 MBA(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나 국내의 소위 일류대학 졸업자들 사이에 취업 1순위로 꼽히던 증권사들이 증시불황속에서 매력을 잃고 있다.
증권사를 떠난 우수인력들은 대부분 세가지 방향으로 진로를 바꿨다.
우선 미국의 월가나 영국의 금융가를 떠올리며 「고급스런 업무」를 기대했던 해외유학파들은 막상 국제화가 안된 상태에서 일선 지점 근무를 하는 등 단순업무 속에서 고민하다가 증시불황까지 겹치자 차라리 공부를 하겠다며 재유학을 떠난 경우가 많다.
또다른 부류는 같은 금융권이지만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신설은행·단자·투자자문사 또는 외국증권사로 자리를 옮겼거나 인력보강이 많았던 언론계로 옮긴 경우다.
그런가하면 주로 대리급 이상에서 증권사를 그만둔 사람들중에는 아예 개인사업에 뛰어든 경우도 있다.
이처럼 많은 우수인력들이 증권사를 떠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가뜩이나 배운 것을 써먹을데가 없다는 불만이 있던터에 증시불황으로 약정고경쟁등 업무부담은 늘어나고 투자자손실에 따른 여러 잡음까지 일어나면서 직업 자체에 회의를 느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다 88,89년에 갑자기 채용인원을 늘리는 바람에 인사적체현상이 심각해지자 특히 대리진급에 누락하거나 누락위험을 느낀 직원들이 많이 진로를 바꿨다.
그런가하면 경영개선의 한 방법으로 직원규모를 줄이고자 하는 회사측도 애써 붙잡아두려는 강도가 줄었다.
증권사내에는 인재이탈현상과 함께 증권사를 지원하는 신입사원들도 많이 달라졌다고 얘기한다.
지난해에는 물론 대졸신입사원을 몇명 뽑지도 않았지만 그나마 1순위에서 밀리는등 증권사의 인기하락을 반영했다는 얘기다.
특히 대우·럭키·쌍용 등 그룹에서 신입사원을 뽑아 계열사별로 직원을 배정하는 증권사들의 경우 88,89년에는 최우수 인력들이 증권사를 1지망으로 신청,1지망자중에서 선정하곤 했는데 작년에는 약 3분의 1정도는 2지망으로 채웠다.
증권사들은 어렵게 확보한 우수인력들이 차례차례 빠져나가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현재와 같은 불황속에서는 적극적으로 붙잡지도 못하는 입장이다.
자본시장 개방에 적극적으로 맞설 수 있는 우수인력을 계속해서 확보하려면 증시가 하루빨리 불황에서 탈출하는 길밖에 없다는게 증권사들의 간절한 바람이다.<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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