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촉박… “얼굴 알리기도 힘들다”(지자제 표밭현장: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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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프로”들 금력·바람 총동원/사전운동 안한 “순진파” 뒤늦게 홍보물 제작
30년만에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실시하는 지방의회선거가 선거일정의 촉박으로 자칫 기초단계부터 근본취지에 어긋나는 엉뚱한 결과를 빚을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가 선거일을 불과 3주 앞두고 실시사실을 발표하는 바람에 후보자들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무실과 운동원들을 미처 구하지 못한데다 자신을 알릴 홍보물마저 제작의뢰가 한꺼번에 몰리는 통에 업자들이 주문을 못맞추는 바람에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이 진정한 지역일꾼을 뽑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판단자료마저 얻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특히 정당과 관련없는 순수한 민간후보들은 진작부터 출마의 뜻이 있었으면서도 그동안 당국의 사전선거방지를 위한 엄격한 선거법 적용등에 눌려 손을 놓다시피하다 갑자기 시작하는 일이어서 금력이나 「바람」을 앞세운 후보들과의 일전을 앞두고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순수민간후보로 인천시 주안7동에서 출마하는 김유석씨(53)는 갑작스런 조기선거 실시발표로 크게 당황한 대표적 케이스.
쌀가게를 운영하면서 평소 주위사람들로부터 인심을 얻어온 김씨는 지자제가 거론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출마권유를 받아왔으나 유동적인 정국상황과 엄격한 사전선거운동 단속때문에 그동안 별 준비없이 있던 터였다.
이 때문에 김씨는 막상 선거일정이 공고되자 급한대로 쌀가게를 선거사무실로 삼고 단골손님이자 이웃인 출마권유자들을 동원,자신에 대한 홍보에 나서고 있다.
경북 금릉군 농소면의 김순동씨(55)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 군평통자문위원이기도 한 김씨는 선거일정이 별안간 결정되는 바람에 그동안 지역에서 나름대로 노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은 커녕 선거에 필요한 최소요원인 사무장·선거참모를 구하지 못해 등록서류 준비에서부터 선거운동까지 모두 혼자 뛰고 있는 형편
김씨는 『아무리 공명선거도 좋지만 누가 누구인지 정도는 알릴 여유를 줘야되지 않느냐』며 촉박한 선거일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후보들 중에서도 변호사·의사,자영업 등을 하는 도시지역 출마자들은 그래도 형편이 나은 편.
가뜩이나 시일이 촉박한데다 비닐하우스등 영농준비에 한창인 농촌지역 후보들은 선거운동원을 구하기도 하늘에 별따기지만 표를 찍어줄 유권자들을 만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마을과 집들이 떨어져있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일손부족으로 설사 운동원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공시가격보다 몇만원 더 수당을 얹어줘야 하기 때문에 금전적으로도 어려움이 많다.
충북 괴산에서 출마하는 김모씨(46)는 『한번 찾아보기만 해도 확실한 표들이 많은데 워낙 시간이 짧아 일일이 다 찾아볼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후보들중 촉박한 일정속에서도 가장 손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역시 고지식한 공명선거파.
당국의 감시속에서도 극성파 후보들은 동창회·친목계 등 사조직을 동원,명함돌리기·얼굴익히기 등 음성적으로 사전선거운동을 해온 반면 공명선거파 후보들은 뒤늦게 얼굴을 내밀다 오히려 주위로부터 만류당하기까지 한다.
경남 울산시 무거동에서 출마하는 김모씨(50)는 『워낙 지연·학연·혈연 등으로 많이 얽혀 있어 그동안 얼굴도 내밀지않고 있다가 막상 정식으로 시작돼 나오려하니 주위에서 말리는 바람에 이해시키느라 혼났다』고 말했다.
충남 보령에서 출마한 이모씨(51)도 등록추천을 받기 위해 친지를 찾아갔다가 『뒤늦게 뒤숭숭한 판에 왜 끼려하느냐』는 충고를 들어야했다.
후보자들이 선거일정 촉박으로 가장 실질적인 곤욕을 치르는 것은 홍보물제작의 어려움.
이번 선거의 경우 호별방문이 금지된데다 합동연설도 두차례만 허용돼 거의 유일한 알림창구랄 수 있는 홍보물제작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인쇄시설 부족등으로 늦어져 가뜩이나 시간부족으로 애태우는 후보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1천여명의 출마후보들이 있는 경북의 경우 도내에 벽보인쇄 제작시설이 없어 모두 대구에 있는 인쇄소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 더욱이 대구에도 벽보인쇄제작이 가능한 인쇄소가 불과 25개소밖에 안돼 대구지역 후보들과 경북지역 후보들간에 홍보물 인쇄제작의뢰 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북 안동시에서 출마하는 김모씨(57)는 사무실을 마련하지 못해 아예 집에다 선거본부를 차려놓고 가족과 친·인척을 운동원으로 총동원해놓고도 홍보물제작은 대구에 있는 친구를 통해 간신히 주문해놓고 있다.
인천시 도화2동에서 출마하는 박모씨(45·체육사 경영)는 자신이 여당의 지구당 자문위원임을 이용,운동원 확보와 홍보물 준비를 의뢰해놓고 있다.
이같이 정부가 선거의 공명성을 강조한 나머지 일정을 너무 촉박하게 잡은 탓에 이번 선거결과가 인물본위나 주민의사 반영보다는 구태를 재연,모처럼의 기회를 유산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전국 종합>PN JAD
PD 19910309
PG 18
PQ 01
CP SH
FT V
CK 01
CS D04
BL 482
TI 매연차량 사용정지 처분/농도 80% 넘으면 5일
TX ◎불응 차주는 벌금 2백만원
앞으로 매연단속에 적발된 경유차량은 종래의 고발·정비명령외에 5일이내의 사용정지 처분을 추가로 받게 된다.
환경처는 8일 새로 제정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매연단속 세부지침을 마련,시행에 들어갔다.
새 지침은 매연농도 ▲56%를 넘는 차량은 고발조치되며 ▲60∼69%는 고발외에 사용정지 1일 ▲70∼79%는 사용정지 2일 ▲80% 이상일 때는 사용정지 5일의 처분을 받도록 했다. 단속반은 주차위반의 경우처럼 사용정지 스티커를 현장에서 불인다.
또 정비명령을 받고 정비완료 보고를 하지 않은 경우 자가용은 5만원,사업용은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제도가 신설됐으며 매연단속에 불응하거나 방해한 차주는 고발해 6월 이하 징역 또는 2백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특히 도주차량은 촬영해 검찰에 고발한다.
환경처는 이 지침에 따라 11일부터 23일까지 서울·인천·경기도의 수도권에 68개 합동단속반을 투입,매연 집중단속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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