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전 진단으로 정박아 예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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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25일 서울 Y대 병원의 소아과 진찰실. 컴퓨터 촬영 결과 뇌 속의 군데군데가 뻥 뚫린 것으로 판명된 8개월쯤 된 기형아가 보채며 울고 있는 가운데, 아기 부모와 의사의 심각한 대화는 선천성 기형아의 출산 전 조기 진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아기를 정상인으로 만들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전혀 없다』는 의사의 말에 『그래도 무슨 수가 없겠느냐』고 자꾸만 되묻는 아기의 아버지는 출산 전 조기 진단에 신경을 쓰지 못했던 자신이 무척이나 원망스러운 표정이었다.
『임신 전후 아기 부모들이 기생충, 혹은 매독에 감염된 것 같다』고 말하는 의사는 『첫 아기는 별수 없으니 두번째 아기의 임신 때만이라도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신생아 1천명에 5명 꼴로 발생하는 정신박약은 그 대부분이 선천적 원인에 의한 것이지만 출산 전 각종 진단 기술의 발달로 조기에 알면 불행을 막을 수 있다.
또 일부 정신박약은 각종 세균·바이러스에 의한 것이어서 예방 접종 등을 통해 방지할 수 있다.
연세대 원주의대 양재승 교수 (소아과)는 최근 열린 「정박아 발생 예방 및 조기 진단」이라는 세미나에서 『뇌 세포에 치명적 손상을 주는 감염증은 매독·기생충·바이러스 감염 등』이라며 『이중 몇몇 감염은 예방 접종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원인 균은 남성이 제공할 수도 있지만 태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결국 임신부의 감염』이라며 『감염시 나타나는 증세 등을 파악해 적절히 대처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신 이후 감염에 의한 태아의 기형은 최근 개발된 각종 조기 진단법에 의해 가려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의대 박용균 교수 (산부인과)는 『임신 초기에 가장 빨리 태아의 이상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으로 임신부의 융모막 검사가 있는데 이는 최종 월경일로부터 l0주에 검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양수 검사·초음파 단층 촬영 등도 상당히 정확해 태아의 이상을 밝혀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융모막 검사·양수 검사의 경우 숙달된 인력과 기기 등을 갖춘 국내 병원이 그리 많지 않아 검사 능력이 있는 의료 기관의 확충이 시급하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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