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자제 공방/여 「분리」·야「동시」주장 팽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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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당개입·대권의식” 야 비난 여/「수서」 은폐속셈… 여 약속위반 야
지자제 분리실시가 정부방침으로 확정돼 오는 26일 시·군·구 의회선거가 실시되게 됐다.
야당측이 수서은폐를 내세워 군중집회등 장외연대투쟁을 모색하고 있는데 대해 정부·민자당측은 지자제 조기실시야말로 국민여망이라고 맞서는등 논리의 공방도 뜨겁다.
○<당정의 논리>
◇분리실시 이유=민주주의 초석인 지자제 조기실시가 국민적 여망이고 지난 1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이 좌절됨으로써 선거관리적 측면에서 2∼3개월의 시차를 두는 것이 현행 선거법하에서는 불가피하다. 현행 선거관리체제로는 동시선거는 무리이며 온갖 불법을 방치할 우려가 있다.
지자제를 한시가 급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주장한 측이 야당인데도 정부·여당이 지자제를 조속히 실시하겠다는 것을 야당이 반대하는 것은 자가당착적 모순이다.
◇수서사건 은폐=수서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호도하기 위한 술책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3월 동시선거는 수서사건 이전부터 주장해온 것이고 ▲여야가 모두 관련된 수서사건을 굳이 선거라는 대사까지 동원하면서 진화할 필요가 없으며 ▲선거를 치른다고 국민적 비판이 해소되거나 선거로 면죄부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시선거 합의=지난해 12월 「가급적 동시선거 실시」가 합의사항이기는 하나 현행 선거법하에서 동시선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감안할때 여야합의보다 큰 약속인 상반기 지방의회 선거 완료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분리선거가 불가피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한 분리선거로 치를 수 밖에 없다는 뜻을 분명히 야당측에 전달한 만큼 여야합의사항을 파기한 것은 아니다.
◇야당의 속셈=3월 분리선거를 반대하는 평민당의 진정한 속셈은 정당이 기초의회선거에 관여할 기회를 얻지 못함으로써 김대중 총재의 대권포석에 차질을 빚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매사를 대권구도로 보는 것이나 정당개입을 배제하여 「탈정치·중립화」를 보장한 기초의회선거에 정당바람을 불어 넣겠다는 것은 불순하고 불법적이며 기초의회를 망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경제불안문제=선거를 분리해서 두번 치르면 많은 선거자금이 풀리고 더욱이 앞으로 선거가 연달아 있게돼 인플레가 가중되고 사회혼란이 일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선거를 한번 하든 두번으로 나누든 후보자가 돈 쓰는 것은 같다.
○<야권의 주장>
◇동시선거 합의=3월 분리선거 강행은 기본적으로 동시선거실시를 핵심으로 하는 두차례에 걸친 여야합의사항을 파기한 것이다.
작년 12월11일 여야 총무간에 『가급적 동시선거를 하기로』 합의했고 지난 2월8일 5월 이후 동시선거실시를 합의했었다.
특히 2월8일의 합의는 수서사건이 터진후 정치권이 함몰할 것이라는 위기상황이 팽배한 가운데 여권의 희망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그때 5월 동시선거실시를 전제로 선거법 개정을 위한 4월 임시국회까지 합의했었다.
◇수서은폐=민자당이 약속을 깨고 3월 분리실시로 방향을 바꾼 것은 수서사건으로 국민의혹이 점증하고 파문이 권력핵심부로까지 확대되자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이를 은폐하기 위한 목적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민자당이 수서사건을 정치적으로 매듭지을 국조권 발동과 특검제 도입 등 야당 요구를 받아들여 선거와는 별도로 수서문제를 처리해야 하며 수서사건을 서둘러 종결짓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경제문제=그동안 선거를 두번 치르면 물가불안이 가중된다던 민자당이 선거를 한번 하나 두번 하나 후보자가 돈 쓰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후보자가 쓰는 돈은 같을지 몰라도 관리경비는 2중으로 들 것이기 때문이다.
민자당측에서도 지자제를 실시하는데 3조5천억원의 돈이 들 것으로 예상해왔고 선거에 민감한 경제계쪽에서는 5조원 이상으로 추계하고 있는 마당에 분리실시를 하면 그 규모는 늘어날 수 밖에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 2년간 5∼6회의 선거를 연이어 치르면 국민경제는 파탄에 직면할 것이다.
◇선거관리 문제=분리선거의 불가피성으로 정부·여당이 거론하고 있는 선거관리의 어려움은 여야협상으로 얼마든지 해소해 나갈 수 있다. 연설회 횟수를 줄이고 선거홍보물을 적게 하는등 기술적인 배려만 있으면 동시선거실시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민자당측도 잘 알고 있다.
민자당이 선거법 협상에서 내놓은 문제도 합동연설 횟수를 줄이는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여권이 우려하는 기초선거에 있어서의 정당개입은 분리선거를 실시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선거법으로서는 정당의 영향배제를 현실적으로 할 수 없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당원이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정당단합대회는 광역·기초 모두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이규진·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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