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의 멸종' 멀지 않았다

중앙일보

입력

▶불과 20여 년 전 첨단산업의 총아로 등장한 DVD가 온라인 영상산업의 발전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DVD는 ‘멸종위기종(Endangered Spicies)’인가? 요즘 미국 IT 업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화두 중 하나가 이것이다. 한때 첨단산업의 총아로 각광받으면서 DVD가 첫선을 보인 것은 불과 20여 년 전이었다.

그럼에도 예상치 못 했던 업체들이 온라인 영상산업에 뛰어들면서 DVD가 영영 사라질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미국인들에게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지는 게 있다. 바로 월마트의 온라인 영상산업 진출이다.

월마트는 최근 내년부터 웹사이트를 통해 영화 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월마트가 어떤 회사와 손잡을지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IT 업계 에서는 휼렛패커드가 내려받는 기술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대로 월마트는 ‘최저가 보장’이란 구호로 비약적으로 성장해온 세계 최고의 유통업체다. 무려 180여만 명의 종업원을 거느리며 지난해 3100여억 달러(280여조원)라는 천문학적인 매출액을 기록했다. 한국 정부의 내년 예산안 238조원보다 많은 액수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서 월마트는 거대한 유통업체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타깃(Target)’ 등 다른 경쟁업체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규모도 규모지만 각 분야에서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켜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예컨대 월마트가 팔고 있는 물건의 60% 이상이 중국 등 외국에서 수입해온 저가품들이다. 전반적으로 품질에 비해 싸다는 점은 인정받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는 필연적으로 미국산 제품들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니 미국 산업 보호를 외치는 보수주의자들로부터 공격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진보 진영으로부터 환영받는 것도 아니다. 저임금을 주고 불법 외국인 노동자를 다수 고용한다는 평을 듣는다. 게다가 의료보험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악덕기업으로 낙인 찍혀 있다.

한마디로 미국 사회에선 돈벌이에만 급급한 냉혹한 기업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에서 상징적인 월마트는 영상산업 분야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DVD 판매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해 미국 전체 시장의 37%를 장악하고 있다. 이런 월마트가 온라인 다운로드 분야에 진출한다니 관련업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월마트가 자신들의 DVD 판매 시장을 한꺼번에 포기하진 않을 게 틀림없다. 그래서 초기단계에선 DVD를 구입한 고객에 한해 똑같은 영화를 내려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월마트는 PSP 등 휴대기기에 내려받을 경우 1.97달러, 컴퓨터의 경우 2.97달러를 받을 예정이라 한다.

한편 온라인 영상산업에 뛰어들었다는 이유로 월마트 못지 않게 시선을 끈 업체가 또 있다. 국내에선 생소한 ‘빗토렌트 (BitTorrent)’라는 IT 업체다. 이 회사의 전체 종업원 수는 불과 35명. 그럼에도 180여만 명을 거느린 월마트의 진출에 비견되는 이유는 이 회사가 갖는 잠재성 때문이다.

이 회사는 당나귀곀じ3?등과 같은 P2P 파일 공유 사이트다. 특출난 기술력으로 빗토렌트는 현재 파일 공유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래서 심지어 현재 전 컴퓨터 트래픽의 40%가량을 이 사이트의 다운로드 서비스가 차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어쨌든 이런 빗토렌트가 최근 20세기 폭스사·파라마운트 등 굴지의 영화사 8곳과 콘텐트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의 영상산업 분야에서는 온라인 다운로드 쪽으로 이동하는 게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영화 등 영상물의 핵심 매체로 군림해온 DVD도 일반인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