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이끄는 '빅3'중 1등株 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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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외국인 대량 매도에도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하락 방지…과점 현상도 가속화

앞글의 얘기를 다시 정리해보자. 1990년 초부터 2006년 9월 말까지 대형 우량주(Korea Dow)에 장기 투자하면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KOSPI)는 49% 상승에 그치지만, 20개의 대형 우량주는 무려 493%의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같은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자동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과거와 달리 외국인 매도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에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이 높은 대형 우량주의 주가 전망이 어둡다고 주장한다. 자사주 취득가 줄잡아 6조 게다가 올 초 이후 무려 12조80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외국인 매도가 진행되고 있어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대형 우량주의 전망이 어두워 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할 때 우량주 장기 투자 전략이 유효할 수 있을지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2006년 초 시작된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형 우량주는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매도=우량주 하락’이란 우려가 크게 줄어들었다. 실제로 2006년 초 이후 9월 말까지 코스피지수는 -0.6%를 기록한 반면 20개의 대형 우량주로 구성된 코리아 다우지수는 +1.6%를 기록했다. 어떻게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 속에서 대형 우량주의 강세가 진행될 수 있었을까? 이런 현상이 나타난 가장 직접적 원인은 바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 우량기업의 자사주 매입 때문이었다. 자사주 매입이란 자기 회사 주식을 회사 돈으로 사들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자사 주식을 주식시장에서 매입하는 것일까? 자사주 매입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기업 인수합병(M&A) 위협에 대비하거나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데 있다. 2003년 ㈜SK를 집어삼키려고 했던 소버린, 최근 KT&G 주식 매입을 통해 칼을 빼어 들었던 칼 아이칸연합 같은 해외 자본들의 국내 기업에 대한 M&A 시도가 계속 이어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006년 9월 말을 기준으로 상장기업의 자사주 취득 규모는 무려 5조8405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취득 규모 4조5092억원에 비해 29.52%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6조원 정도나 되는 이 돈은 대우건설 입찰가격에 맞먹고, 군인공제회의 총자산과 맞먹는 돈이다. 자사주 취득을 주도한 기업을 살펴보자. 삼성전자가 1조8074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해 최고를 기록했으며, KT&G가 8506억원, 그리고 한국전력공사가 654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자사주 매입을 단행한 주요 기업의 주가는 2006년 1월과 5월의 주가 급락 기간에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이 같은 자사주의 매입이 무조건 주가에 이로운 것은 아니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자사주만 취득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는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전망의 악화로 설비투자가 부진, 기업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려운 데다 주요 핵심 기업들은 오히려 연구개발(R&D)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같은 한국 대표 기업들의 R&D 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40%나 늘어나 세계 최대를 기록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하는 등 한국 기업은 과거와 달리 ‘양’보다는 ‘질’ 위주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선두 + 나머지 2개 회사’ 법칙 대형 우량주의 주가 전망이 밝은 것으로 판단하는 둘째 원인은 바로 경쟁의 약화에 따른 이익 안정성의 개선을 들 수 있다. 흔히 ‘빅3의 법칙’으로 불리는 시장의 과점화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빅3의 법칙이 무엇이며, 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살펴보자. 빅3의 법칙이란 한마디로 대부분의 성숙산업은 3개의 대기업(Generalist)에 의해 장악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미국 자동차산업(GM·포드·크라이슬러)이나 한국의 생명보험 산업(삼성·교보·대한생명)처럼 산업분야마다 3개의 강력한 기업이 과점하는 현상을 발견한 경영학자들이 ‘법칙’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한두 개의 회사가 아니라 꼭 세 개의 회사가 시장을 지배하는 이유는 뭘까? 일종의 과점 균형을 이루면 이 과점 기업들이 시장에서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두 개의 회사만 시장에 남을 경우 회사 간의 협력이 너무 한 방향으로 잘 이뤄지면 ‘담합’을 규제하려는 정부의 개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또한 두 회사가 너무 경쟁하면, 어떤 파국적인 상황에 이르기 전까지 경쟁이 심화되며 전체적인 수익은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3개의 회사가 존재하면 40% 내외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선두회사를 나머지 2개 회사가 협력해 공격하는 등 제한적인 경쟁이 발생한다. 이는 정책 당국의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반면 1등 기업 입장에서는 2등 회사의 공격에 대해 3등 회사를 이용해 방어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산업이 이렇게 빅3로 재편되는 것은 아니다. 전력·가스 등 자연적인 독점이 이뤄지는 업종은 빅3 형성이 대단히 어렵다. 또한 한국의 KT&G처럼 정부의 규제로 새로운 시장 참여자의 존재가 원천봉쇄된 경우에도 빅3 형성이 불가능에 가깝다. 산업의 경쟁구도 재편 덕분에 1등 기업은 엄청난 이익을 시장에서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도표에 나타난 것처럼 경쟁 기업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각 산업의 1등 기업은 폭발적인 이익의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1등 기업은 높은 브랜드 파워와 건전한 재무구조를 이용할 수 있어 도태되는 기업의 지분을 쉽게 확보하며 시장의 재편을 주도하게 된다. 1등 기업의 압도적인 수익 증가는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며, 주가 상승은 자금 조달 능력을 강화시켜 시장지배력이 반석 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대형 우량주는 강력한 이익을 배경으로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경영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이들 종목의 수급 여건은 앞으로도 개선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따라서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대형 우량주의 강세 기조는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대형 우량주 장기 보유’ 전략은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홍춘욱 키움증권 리서치팀장·cwhong@kiwoom.com

내년 FnC 코오롱 등 주목해야

메리츠증권은 2007년 국내 코스피지수가 최고 1700포인트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최저 코스피지수는 1300포인트로 분석했다. 2007년 주가 전망이 좋은 이유로는 첫째, 인구 고령화로 40~50대 연령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래서 이들이 주식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러한 현상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이들이 가입한 적립식 펀드의 인기에 힘입어 주식형 수익증권 설정 잔고는 2005년 초 8조6000억원에서 2년이 안 된 현재 6배에 가까운 45조원에 달했다. 둘째,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고, 또한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주식 관련 상품들의 투자 메리트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세계경제가 미국 주도에서 아시아로 성장 무게가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 증시 및 한국 증시 전망이 밝다는 말과 같다. 미국 경제가 주도하던 세계경제가 점차 다원화되면서 중국 경제가 90년대부터 급부상했고, 인도 경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한 일본 경제도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우리나라 총 수출 중 아시아에 대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2%로 매우 높다. 이에 따라 메리츠 증권은 반도체를 포함한 IT주를 비롯해 조선, 증권 및 보험 업종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옆의 도표는 메리츠 증권에서 추천한 주요 종목들의 내재가치 예상 변화를 보여준다. 유상원 기자·wiseman@joongang.co.kr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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