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의 '굴욕'… 정치 자금 수수 스캔들 관련 영국 총리론 첫 경찰조사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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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토니 블레어(사진) 영국 총리가 14일(현지시간) 집권 노동당의 정치자금 수수 스캔들과 관련해 런던 다우닝가 총리 집무실에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고 BBC와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주요 언론이 15일 보도했다. 조사는 오전 11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됐으며 블레어 총리는 조사 뒤 바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로 떠났다. 이로써 블레어 총리는 영국에서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영국 언론들은 하지만 블레어 총리가 범죄 용의자 조사 시 미리 고지하는 '주의(caution)'를 받지 않고 조사에 임했다고 전했다. 영국법상 조사 전에 주의를 받지 않으면 용의자 신분이 아니다. 따라서 주의를 받지 않았다는 의미는 총리가 현재로선 불법 행위에 직접 연루된 혐의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블레어 총리는 변호인을 대동하지 않고 총리의 발언을 기록하는 관리만 경찰 조사 과정을 지켜봤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블레어 총리가 이번 스캔들의 핵심 관련자인 레비 경과 노동당 사무총장인 매트 카터 등에게 정치 자금의 대가로 기업인들에게 귀족 작위를 주라고 승인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레어 총리는 기업인들에게 귀족 작위를 주라고 승인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절차상 하자가 없고 당수로서의 적법한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3월 야당 의원들이 노동당의 매관매직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총선 때 기업인 4명이 수백만 파운드의 정치자금을 노동당에 내고 그 대가로 귀족 작위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런던 경찰청 특수수사팀이 수사에 착수해 9개월여 동안 모두 90여 명을 조사했다. 레비 경을 비롯한 사건의 핵심 관련자들은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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