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니키 드 생팔, 자신이 만든 작품만큼 독특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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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여신이여, 가장 큰 소리로 웃어라
슈테파니 슈뢰더 지음, 조원규 옮김
세미콜론, 312쪽, 1만8000원

큼직한 젖퉁이, 빵빵한 엉덩이, 두툼한 허벅지에 뽀글뽀글 털까지.

니키 드 생팔(1930~2002)이 만든 풍만한 여성상 '나나'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다. 알록달록 꽃무늬나 하트 모양으로 치장한 '나나'는 세계 여러 도시의 거리에 서거나 누워서 시민을 즐겁게 한다.

프랑스 출신의 여성 미술가 생팔은 가부장 사회 아래서 고분고분 조신한 여성 대신 신나게 자신을 즐기는 새 여성상을 창조했다. 그는 '나나에게 권력을!'이라고 외치며 왜 '나나'인지를 말했다. "저는 기쁨을 통한 인류 평화를 제안합니다. 여성들만이 그것을 실현 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발명에 관해서는 남성들에게 찬탄을 보낼 만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우리 여자들의 몫입니다."

생팔은 연인이자 동료였던 조각가 장 팅겔리와 함께 현대 미술의 한 조류였던 누보 레알리슴(신 현실주의)의 대표 작가로 꼽힌다. 정신병원에서 그림을 시작해 독학으로 작가가 된 니키는 독특하면서도 고통에 찬 자신의 삶에서 미술을 끌어내 동시대 평론가로부터 "이게 바로 우리가 원했던 예술"이란 극찬을 받았다. 특히 석고 부조에 총을 쏘아 물감이 스스로 피를 흘리도록 한 '슈팅 페인팅(사격 회화)'은 전쟁과 폭력을 고발하는 강력한 메시지로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그의 극적이며 열정 넘치는 일생과 작품을 소개한 전기는 한 편의 소설같다. 마침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내년 1월 21일까지 생팔의 회고전이 열려 그의 원작과 삶을 눈으로 즐길 수 있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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