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 도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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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31대 후버 대통령부터 ‘퇴임 후 기념 도서관 설립’이 전통처럼 됐다. 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41대 조지 H 부시까지 전직 대통령 기념 도서관은 11개에 이른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주지사를 지냈던 아칸소주에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윌리엄 제퍼슨 클린턴 대통령 센터’를 짓고 있다.

대통령 기념도서관 논의는 1939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시작됐다. 3선 대통령인 루스벨트는 ‘대통령의 개인적 자료와 통치사료는 국가의 중요한 유산이므로 모든 국민드에게 공개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퇴임 후 자신의 개인자료와 통치사료, 개인 사유지를 연방정부에 헌납했던 것. 이에 감동한 그의 지인들이 비영리단체를 만들고 기금을 모아 1940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도서관을 뉴욕 하이드파크에 세웠다. 루스벨트는 생전에 자료와 시설에 대한 관리와 보호를 정부기록보관소에 요청했으며, 그가 서거한 뒤 미의회는 그의 정신을 기리는 뜻에서 55년 ‘대통령 도서관법’을 통과시켰다. 78년엔 ‘대통령 기록법’을 제정해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통령 도서관들은 대개 건물은 퇴임한 대통령이 후원자들로부터 모금을 받아 짓고, 사료는 정부기관인 ‘내셔널 아카이브(NARA·국립문서 및 기록보관소)’가 맡고 있다. 기본적인 사료 전시와 함께 지역 대학과 연계한 연구·교육 기능을 갖추고 있다.

현재 미 역대 대통령 도서관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로날드 레이건 도서관은 총면적 1만4천2백30㎡(약 4천3백평) 위에 약 6천만달러의 공사비가 투입돼 지어졌다. 스페인 양식의 지상 2층·지하 2층 규모 도서관이다. 중앙 전시관에는 실제 크기로 꾸민 백악관 집무실, 낸시 여사의 백악관 시설을 설명해놓은 낸시실 등이 설치돼 있으며, 건물 밖 뒤뜰에는 붕괴된 베를린 장벽의 일부분이 전시돼 방문객들이 기념촬영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논란이 됐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을 기념도서관 형태로 바꾸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김대중 도서관이 전직 대통령 기념 도서관 1호다. 그래서 한국의 ‘전직 대통령 문화’에 새 장을 열었다는 의미 부여까지 가능하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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