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남북대화 북한에 달려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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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남북한이 합의한 제4차 남북고위급희담 (25∼28일·평양)을 1주일 앞둔 지난 18일북한은 팀스피리트훈련등을 이유로 회담을 무기 연기할 것을 밝혔다. 북한은 회담중단이유로 우리측이 걸프전을 계기로 남침 외협을 구실삼아비상전시체제를 선포했고,극히 도발적인 팀스피리트훈련까지 강행하고 있으며, 통일민주세력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는것등을 들었다.
불과 1주일전 남북은 분단사상 처음으로 축구와 탁구의 단일팀 구성에 합의함으로써 그동안 불투명했던 제4차고위급회담도 밝은 전망을해볼 수 있게 했다. 그러나그러한 기대와 전망은 분명히 빗나갔다.
제4차회담개최와 관련,북한은 개최할 수도,안할수도없는 곤경에 처해 고심한 흔적을 읽을수 있다. 북한이 회담을 지속해야할 이유는 첫째급변하는 동북아정세에의적응,경제난해소,외교적 수세에서의 탈피등 다목적용으로 시도되고있는 일본과의 수교교섭회담이나 대미관계 개선등을들수 있다. 둘째 북한은 한중수교와 남한의 유엔가입 실현을 저지하기 위해 회담을지속시켜야할 형편이다.셋깨북한은 4월28일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의원연팽 (IPU)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위해서도 남북관계개선에 대한 노력을 보여줘야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회담을 지속시켜야할 이같은 이유때문에 북한문제전문가들까지도 제4차회담은 계획대로 개최될것으로전망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과는 달리 북한이 회담중단을 선언해야하는 보다 급박한 실질적 이유들은 무엇인가. 그것은 분뎡히 회담을연기함으로써 명분과 실리면에서 실보다 득이 많다는 판단을 했기때문일 것이다.
첫째 이유는 주민들에 대한 통제강화와 「불가침선언」채택 주장의 논리를 보장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매년 팀스피리트를 북침도발핵연습으로 규정, 거의 6개월동안 전군·전민 동원체제에 돌입해왔고,이때를 기해 반미감정을 고조시켜 체제저항세력을프함한 주민들에 대해 당의 통제를 강화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훈련기간중 평양에서 회담을 갖게되면 지금까지 대내외에 펴왔던 논리를 스스로 허무는결과가된된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보인다.
팀스피리트훈련을 이유로 회담을 중단시키면 북한은 다음회담재개시 「불가침선언」 채택을 위한 논리를 크게 보강시킬 수 있다고 볼 가능성도 있다.
둘째로 팀스피리트훈련을 비난하고 이를 중단시키려는 것이다.북한은 걸프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되는 이번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응하여 비상경계태세에돌입했으며,10년만에 처음으로 평양등지에서 방공훈련을실시하는등 분위기를 긴강시켜왔다. 이런태도를 보면 과거 어느때보다 이번 훈련에대해 북한이 신경을 쓰고있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북한은 그동안 조평통과 외교부 성명을 통해합동훈련이 남북대화에 장애가 될것임을 수차 경고한 것이며 그러한 이유로 회담을중단하는 것이 앞으로 합동훈련을 저지시키는 길이고, 또그것이 지속적인 이라크의 옹호표시로 걸프전후 이라크에 진출할수있는 길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는 체제를 강화하고 전민족적 통일전선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이 기회를통해 남한의 정치·경제가 혼란에 빠져 있음을 부각시키고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내세워 주민들을 당과 수령의 두리에 더욱 결속시켜 체제를 강화시키자는 것이다. 또남한의 확고한 입장으로 대화에 대한 성과를 기대할수없는 상황에서 회담을 계획대로 진행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일 것이다.
전민족적 통일전선 형성이라는 입장에서 볼때도 당국간의 회담보다는 범민족대회등 「인민대화」를 부추겨야 하기 때문에 고워급대화를 중단시키는능으로 격하시키는 것이다.
또 회담개최는 남한내 관심이 남북대화에 쏠리게 하여 수서사태등으로 혼란이 가중돼온 남한 정국이 수습되는결과를 피하고, 고위급회담 중단으로 받게될 불이익은 중단책임을 남한에 전가하면서 남북 스포츠 단일팀구성 성과를내세워 피해보자는 계산이다.
금년도 남북대화 전망은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있다.합동훈련을 주된 이유로 고위급회담을 중단시킨 북한은 외부적인 압력으로 훈련종료와함께 회담을 재개시킬 가능성이 크지만 그후에도 남한의 대도와 통일민주세력 탄압등의 구실로 한동안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다.
고위급회담이 재개되면 북한은 합동훈련을 비난하면서종래보다 강겅한 태도로 「불가침선언」 채택주장을 고수할것이고, 결국 회담은 벽에 부닥쳐 활로를 잃게 될 수도있다.그러나 회담개최 이유가 없어지거나 변하지 않는이상 회담의 완전중단은 어러울 것이다.
오히려 북한은 회담을 지속시키면서 체육·예술및 경제교류,범민족대회,선별적인인사교류등의 추진으로 이른바 「인민대화」 로 통일의 열기를 다시 한번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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