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수사 흐지부지/한보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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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검찰조사 모양만 갖춘뒤 “종결”/당사자들 혐의 부인한다고 수사관행인 자금추적 포기/“언론인에 로비자금” 말만 꺼내
수서지구 특혜사건을 둘러싼 뇌물과 정치자금 수수 부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상을 파헤치지 못한채 사실상 종결돼 비판여론에 직면할 것 같다.
대검 중앙수사부는 민자당 제3정책조정실장 서청원 의원,전정책위의장 김용환 의원 등을 22일 서울 삼청동 검찰별관으로 재소환,문서변조 경위뿐 아니라 서의원등의 금품수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했으나 이를 밝혀내지 못한채 이번 사건의 정치자금 부분 수사를 사실상 종결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한보측이 구속된 이원배 의원을 통해 평민당에 2억원을 당비로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으나 정확한 사용처 확인을 위한 수표추적이나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소환을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자금 부분에 대한 수사는 흐지부지 끝냈다.
검찰은 특히 지난주 장기욱 변호사가 한보측의 서의원을 통한 민자당 정치자금 제공설을 폭로했으나 수표추적이나 서의원의 예금계좌 추적은 하지도 않은채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68)과 서의원이 부인한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지어 버렸다.
검찰은 또 수서사건과 관련,언론인들에게도 거액의 로비자금이 뿌려졌다는 루머가 무성한데도 이정웅 한보그룹 홍보담당 상무(49) 소환조사등 이에대한 수사를 미루고 있어 오히려 언론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등 이 부분에 대한 진상규명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치자금수사=검찰은 22일 서청원 의원을 재소환,금품수수 여부등 한보측의 민자당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여부를 집중 추궁했으나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당사자의 은행계좌 추적이 금품수수 여부에 대한 수사의 기본임에도 서의원의 은행계좌를 추적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 의지가 없었음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검찰은 이에 앞서 정회장이 평민당에 2억원을 건네준 것으로 밝혀냈으나 지난 17일 평민당 권노갑 의원을 소환조사,사실 관계만을 확인했을뿐 이 돈의 사용처를 밝히기 위한 수표추적이나 지구당위원장 등에 대한 소환조사 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인 조사=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선 지난 7일 이상무로부터 한보의 대 언론인 로비와 관련한 진술서를 받았었다.
이 때문에 언론인에게도 거액의 로비자금이 건너갔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으나 검찰은 아직까지 이상무의 소환조사등 이에 대한 조사를 미루고 있다.
검찰간부는 이와 관련,『언론인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금품을 받았더라도 뇌물수수죄가 성립되지 않을뿐 아니라 배임수재죄를 적용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어 이상무등에 대한 소환조사를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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