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중견기업] 휴대전화 결제 시장 강자 모빌리언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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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휴대전화로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다. 온라인 게임을 내려받고, 드라마 다시 보기 이용권을 사고,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거나, 영화 예매 사이트에서 티켓을 구입하는 등 모든 걸 휴대전화로 할 수 있다. 이런 세상을 가능하게 해 주는 회사가 있다. 바로 모빌리언스다. 이 회사는 국내 1위의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 업체다. 국내에서 매일 처리되는 휴대전화 결제 2건 중 1건은 모빌리언스를 통해 이뤄진다.

휴대전화 결제란 온라인 콘텐트 등을 사면서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는 대신 나중에 통화료에 합산해 이를 결제하는 방식이다. 공인인증서까지 설치하고 16자리 번호를 집어넣어야 하는 신용카드 결제에 비해 간단해 소액 결제에 주로 이용된다. 모빌리언스는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을 개발했다. 결제할 때 휴대전화 번호 입력→사용자정보 인증→SMS 통한 인증코드 전송→인증번호에 입력→이동통신사 요금에 합산 등 결제 과정에 대한 사업모델 특허를 받아 1만여 개 인터넷사이트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작은 한솔PCS의 사내 벤처였다. 황 사장은 LG전자.한국통신하이텔.한솔PCS 등에서 재무, 특히 결제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결제 전문가인 그가 보기에 휴대전화 결제 시장은 '블루오션'이었다.

사내벤처가 유행하던 2000년 3월, 직원 6명과 함께 회사를 차렸다. 그해 올린 매출액은 380만 원. 올 예상 매출액은 380억 원이다. 7년 새 1만 배 성장했다.

그러나 여느 성공한 기업이 그렇듯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출자를 약속했던 이동통신사들이 인수합병 바람에 휘말렸다. 약속했던 투자자금은 들어오지 않았다. 이통사들이 모여 일종의 협회 형태의 '안전한' 회사를 세우려던 계획은 물 건너갔다. 독립 벤처로의 험난한 길이 남았을 뿐이었다. 기존의 투자자들은 물론 사원들까지 나서 사업 다각화를 제안했다. 인터넷.콘텐트 등의 이름만 붙으면 주가가 치솟던 시절이었다.

"이것저것 다 하다간 살아남을 수 없다. 수익성 있는 걸 해야된다. 결제 시장 규모는 계속 성장할 거다."

황 사장은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들을 설득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면서 숱한 인터넷 회사들이 쓰러졌다. 그러나 '한우물' 전략을 고수한 모빌리언스는 살아남았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때쯤, 이번엔 특허가 발목을 잡았다. 비슷한 개념의 결제 서비스에 대한 '실용신안'을 승인받은 경쟁사가 소송을 걸었다. 당시엔 특허보다 광범위한 개념인 실용신안만으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앞서 출원한 특허의 등록이 나올 날을 기다리던 모빌리언스에겐 '마른 하늘에 날벼락' 격이었다.

소송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안전성이 최고인 결제 업체가 소송에 휘말리게 되자 콘텐트 제공 업체들이 거래를 꺼렸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였다. 그러나 회사를 살린 것도 특허였다. 2002년 6월 모빌리언스의 사업모델이 독자적인 특허를 받으면서 소송 문제는 저절로 해결됐다.

초기엔 시장 쟁탈을 위한 출혈 경쟁 치열했다. 수수료율을 경쟁적으로 낮추다보니 매출액은 늘어도 수익은 제자리인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러나 경쟁이 오래 계속되면서 중소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시장은 이제 모빌리언스를 비롯한 과점 체제로 안정화됐다. 게다가 관련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급기야 추가 투자 비용은 크게 들지 않으면서 매출이 수익으로 이어지는 '블루오션'이 된 셈이다.

"휴대전화 결제 시장은 한국이 세계 최고 선진국이다. 그간 쌓인 경험과 기술력이라면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황 사장은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다. 이미 중국과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치했다. 또 실물 결제 시장으로의 진출도 노린다. 온라인 신용카드 결제 시장은 연간 10조 원 규모. 그중 10%만해도 휴대전화 결제 시장 전체와 맞먹는다. 그가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 '결제 시장의 최강자' 모빌리언스의 미래를 꿈꾸기 때문이다.

고란 기자

이 회사를 말한다

모빌리언스는 휴대폰 결제 서비스 시장의 48%를 점유하고 있는 국내 1위 업체다. 주요 매출처는 한게임.넥슨 등의 인터넷 게임 업체를 비롯한 국내 3000여 개의 온라인 콘텐트 업체이다. 최근 온라인 서점 yes24, 최대 극장 체인을 보유한 CJ CGV, 온라인 교육 서비스 제공업체 메가스터디 등 실물 시장 및 e러닝 시장으로의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휴대폰 결제 시장은 게임 등 디지털 콘텐트의 유료화 확대에 따라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규모는 지난해 9000억 원에서 올해엔 1조4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매출액 103억 원, 영업이익 18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실적 최고치를 기록한 모빌리언스는 앞으로도 외형 성장과 수익성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허권과 금융 거래의 특수성으로 신규 경쟁자의 진입이 어렵고 ▶모빌리언스.다날.인포허브 등 세 업체에 의해 시장이 과점 상태에 있으며 ▶휴대폰 결제서비스의 편리함과 보안성으로 대체 서비스의 출현이 어렵기 때문이다.

모빌리언스는 앞으로 와이브로(무선인터넷)와 DMB 등 새로운 디지털 콘텐트 유통 채널에 대한 결제 서비스와 미국.중국 등 해외 결제 시장을 공략하며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규시장에 대한 불확실성과 해외 진출 초기의 학습비용도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홍지나 교보증권 연구원

우리 회사를 말한다

모빌리언스는 강남 아셈타워에 위치하고 있다. 황창엽 사장의 방에선 주변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내실보다는 껍데기에 치중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사무실이 지나치게 좋다

"우리는 결제 기업이다. 돈을 다룬다. 안정감이 생명이다. 이 사무실이 거래사들에는 모빌리언스가 잘 굴러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마케팅 전략이다."

-지난해 실적이 안 좋았다

"수수료율 하락세가 계속돼 수익이 나빠졌다. 이제는 수수료율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 실적 악화는 없다."

-올해 및 내년 전망은

"휴대전화 결제 시장은 계속 성장한다. 그 시장의 55%를 차지하는 게 우리 목표다. 올해엔 매출액 385억 원, 영업이익 6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엔 매출액 500억 원, 영업이익 80억 원이 목표다."

-실물 결제 시장은 어떻게 보나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옷이나 가방 등 실물을 사고 결제하는 '실물 결제 시장'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실물 결제 비중은 지난해까지 3% 미만이었지만 올해는 10%까지 늘어났다. 내년에는 20%까지 확대될 것이다."

-해외시장 진출은

"2004년부터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중이다. 중국인들에게 신용 결제 문화가 없는 터라 서비스가 정착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그러나 한번 열리면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 될 것이다. 올 2월엔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현지 업체와 합작사를 세워 진출할 계획이다."

황창엽 모빌리언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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