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석유산업/걸프전 영향 “활기”(국제정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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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생산시설 증설,유전탐사 열올려/싱가포르는 사우디에 역수출도
걸프전쟁의 발발에 따라 지난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전까지만 해도 깊은 침체에 빠져있던 동남아시아 각국의 석유산업이 급격히 활기를 띠고 있다.
동남아 산유국들이 베트남해안에서 보르네오섬 연안에 이르는 남중국해의 유전탐사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새로운 석유생산시설의 증설을 서두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OPEC(석유수출국기구)회원국내에서 유일하게 지난해 12월 1백40만배럴에서 1월들어 1백45만배럴로 생산을 늘렸다.
OPEC회원국은 지난 1월 하루평균 산유량이 76만배럴가량 줄었다.
또 하루 평균 1백만배럴의 대규모 정유시설을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는 걸프전 발발후 정유공장을 최대한 가동시키고 있다.
싱가포르의 가장 큰 원유공급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싱가포르로부터 다국적군의 제트기 연료 등을 거꾸로 수입하고 있다.
싱가포르 최대정유회사인 싱가포르석유의 쳉헹콕사장은 『상당기간 쿠웨이트가 조업을 하지 못할 것이고 유조선들이 페르시아만 통과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당분간 우리는 현재처럼 전속력을 내 생산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지난해 8월2일 이후 싱가포르는 원유정제로 동남아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이같은 호황은 단기간에 그칠 전망이다.
저유가가 계속될 경우 시추계획등 많은 사업계획이 취소될 전망이고,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경제가 심각한 침체국면에 빠지게돼 이같은 호황이 계속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같은 호황은 중동산유국으로부터 원유가 원활하게 유입될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현재 원유소비량의 4분의 3을 중동산유국에 의존하고 있다.
하와이 동서문제연구소의 한 연구는 향후 10년간 동남아의 원유수출은 국내소비 증가로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라고 장기전망을 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매장석유가 고갈되고 국내수요가 늘면서 동남아국가들의 중동산 원유에대한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또다른 연구는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걸프전으로 싱가포르의 쉘사는 80년대 중반이후 폐쇄했던 정유공장들을 재가동하고 있으며 다른 정유회사들도 설비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말라카 근처에 정유공장을 건설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와 함께 보르네오섬의 사라와크등지 근처의 석유매장지역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동남아 최대의 산유국인 인도네시아는 최근 이미 탐사를 포기했던 석유매장지역에 대한 재탐사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향후 5년간 약 40억달러 이상이 미국과 유럽회사에 의해 석유탐사에 투자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약 10억∼20억배럴의 매장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베트남은 지난 10년간 외국 석유회사와 10건의 탐사계약을 했다.<이영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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