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대 나세르교수 현지회견/진세근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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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걸프전­「미국의 척도」로 봐선 안된다”/소 힘잃은 틈타 아랍분쟁 개입
아랍문제에 관한한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요르단대학의 사리 나세르교수(48·사회학)는 17일 암만시내 요르단대학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랍문제에 대해 갖고 있는 기존의 관념틀을 과감히 깨버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다국적군,즉 CAI(반이라크연합)측에 추가지원을 발표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해한다』고 한국에 대해 동정을 표시한 나세르교수는 아랍문제전반에 걸친 자신의 의견을 소상히 피력했다.
다음은 나세르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의 요지.
­우선 걸프전쟁을 바라보는 각 중동국가들의 입장을 비교해 달라.
『크게 보면 이라크를 지지하는 국가들과 미국의 지원을 받는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 GCC(걸프협해력회의) 소속 6개국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의 입장은 미묘한 차이를 갖고 있다.
우선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바레인·카타르·오만 등 GCC 5개국은 모두 왕권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들은 왕정을 거부하고 부의 공평한 분배를 요구하는 이라크로부터는 직접적인 위협을 느껴왔기때문에 이라크의 부당성을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반면 이라크의 인접국인 요르단을 비롯,예멘·튀니지 등은 이라크를 지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형제국을 침략한 이라크를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하고 사촌이 서로 원수지간이라 해도 사촌의 원수는 곧 나의 원수다. 이것은 이슬람세계의 오랜 불문율이다.』
­어쨌든 다른 나라를 침공한 것은 국제적인 징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랍문제를 조명할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이중기준」을 갖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무력점령하고 점령지에서 잔인한 행위를 일삼았으나 서방국가들은 아무도 나서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같은 아랍국가사이의 일인데도 서방국가들은 벌떼같이 일어났다.
이란­이라크 전쟁당시 이라크를 지원하면서 전쟁을 부추기기만 했던 미국은 이번에도 쿠웨이트에서 석유증산과 가격인하를 강요하고 이라크와의 국경분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라고 사주함으로써 사실상 전쟁을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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