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뚝' 급매물…"더 싸게 살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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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까지 기다려보세요. 양도세 때문에 올 연말까지 처분해야 할 매물들은 적어도 몇천만원 정도 가격이 더 떨어질 겁니다."

분당 신도시와 경기 용인 일대 중대형아파트 매물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까지는 구경도 못 했던 매물들이 중개업소에 등록되는가 하면 시세보다 5000만∼1억5000만원 이상 싼 급매물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2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회피 매물이지만 매수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11.15대책 이후 아파트값의 진정기미가 확연한데다 연말로 갈수록 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분당·용인 일대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6억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가 많아 담보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2일 현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분당 서현동 시범한양 60평형은 호가보다 1억∼1억5000만원 정도 낮은 13억원선에 매물이 나왔다. 서현동 시범우성 63평형 역시 시세보다 1억원 이상 싼 13억5000만∼14억원짜리 매물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서현동 B공인 관계자는 "연말까지 처분해달라며 싸게 내놓는 매물은 대부분 2주택자들의 양도세 중과 회피 매물이라고 보면 된다"며 "매도자들은 1억원 이상 싸게 내놓으면 매수자가 금방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10억원이 넘는 덩치가 큰 매물의 경우 대출받기가 까다로운데다 세금까지 강화돼 매수자들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현동 시범삼성·한신에는 지난달말보다 1억원 이상 하락한 12억5000만원짜리 63평형 급매물이 등장했다. 이달초만해도 13억원에 나왔던 매물인데 매수세가 붙지 않자 연내 명의 이전 조건으로 최근 5000만원을 더 낮춰 내놓은 것이다.

지난달 10억5000만원을 호가하던 서현동 효자삼환 47평형은 현재 9억2000만∼9억3000만원이면 매물을 구할 수 있다.

분당 수내동 양지마을 일대 단지에도 시세보다 5000만∼1억원 정도 싼 급매물이 나와 있다. 양지금호 50평형은 11억원선, 양지한양 38평형은 8억원선이다.

수내동 J공인 관계자는 "2주택자 외에도 지난달 집을 구입하고 기존 주택을 팔아 잔금을 마련하려던 사람들이 집을 팔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며 "극심한 매물난을 뚫고 어렵게 새 집을 마련했는데 시장 분위기가 갑자기 매수자 중심으로 반전되자 울며 겨자먹기로 매도가를 낮춰 내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당 정자동 느티마을·상록마을 일대 주상복합아파트 단지에도 시세보다 1억원 이상 싼 매물들이 나와 있다. 파크뷰 57평형의 경우 14억5000만원, 아이파크분당 61평형은 15억원, 71평형은 18억원짜리 급매물을 구경할 수 있다.

판교신도시 수혜로 아파트값이 많이 뛴 용인 일대에서 중대형아파트 급매물이 늘고 있다. 용인 신봉동 신봉자이1차 50평형은 시세보다 8억5000만원보다 싼 8억원대 초반 매물이 상당수 등록돼 있다. 저층의 경우 7억4000만∼7억5000만원에도 급매물이 나와 있다.

용인 죽전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단지에 시세보다 5000만∼1억원 정도 싼 급매물이 나와 있다. 죽전2차아이파크 39평형은 현재 7억원을 호가하지만 6억5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와 있다. 8억5000만원을 호가하는 45평형은 8억원이면 매수가 가능하다.

용인 죽전동 H공인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는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도 매물이 없어 못 팔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10∼20평형대 중소형은 매수세가 꾸준하지만 중대형의 경우 연말까지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분당·용인 일대 아파트는 최근 2∼3달새 가격이 많이 올라 현재 매수세가 주춤한 상태"라며 "연내 등기를 마치는 조건의 급매물이 소진되거나 회수되면 내년초에는 상황이 다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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