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파키스탄 합동 군사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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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매년 수십%씩 군비를 늘리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해외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파키스탄에 처음으로 군병력을 파견해 합동 군사 훈련을 하고, 내년부터는 일본과 상호 함정 교환방문 등 군사교류를 강화할 계획이다. 중국이 경제력과 외교력은 물론 군사력까지 내세워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키워 가고 있는 것이다.

◆ 중국군, 파키스탄 영토에서 군사훈련=파키스탄 군 당국은 10일 중국 인민해방군 병력 수십 명이 파키스탄군과의 대테러 합동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자국 군사도시 라왈핀디에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이 파키스탄을 방문한 지 2주 만이다.

중국군은 이번 주 초부터 열흘 동안 파키스탄 군사지역을 돌며 합동으로 테러 진압훈련을 한다. 파키스탄 당국은 구체적인 군사훈련 지점과 일정, 참가 병력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파키스탄 군 관계자는 "훈련은 상호 군사전술 경험을 공유하고 전수하는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이 같은 협력을 통해 양국 군사협력이 이전보다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합동 군사훈련이 정례적으로 실시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중국은 2004년 자국에서 파키스탄군과 합동 대테러 군사 훈련을 했다.

후 주석은 지난달 파키스탄 방문 당시 양국이 공동으로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개발하고 군사용 전자장비와 기술 개발을 위한 방위전자단지 설치에 합의했다. 양국은 전투기 공동생산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 미국과 인도 모두 겨냥=파키스탄은 2001년부터 미군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에 은거하고 있는 이슬람 무장세력 알카에다를 소탕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파키스탄에 중국이 군병력을 파견해 합동 훈련을 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견제를 염두에 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인도에 경고를 보내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3월 인도를 방문해 핵 기술협정을 맺은 것은 중국에 대한 견제 목적이라고 보고 파키스탄과 군사 관계 강화로 이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부시 대통령의 인도 방문 직전 파키스탄에 325MWh급 규모의 핵 발전소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뉴델리에 본부를 둔 국방전략연구소의 군사전략연구원인 수지트 두타 박사는 "중국과 파키스탄의 군사적 밀착은 다분히 미국과 인도의 군사협력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미국과 인도의 대응 여부에 따라 남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관계가 조성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 일본과도 화해 손짓=차오강촨(曹剛川) 중국 국방부장은 내년 6월 일본을 공식방문할 계획이다. 성사될 경우 9년 만의 중국 국방부장 방일이 된다. 내년 10월에는 또 중국 해군함대가 일본을 먼저 방문하고 이어 일본 함대가 중국을 방문한다.

이는 지난달 일본을 찾은 장미성(章泌生) 총참모장 조리(중장)와 모리야 다케마사(守屋武昌) 방위청 차관의 회담에서 합의됐다. 당시 장 조리는 일본 후지(富士) 군사학교를 방문해 양국 군의 교류확대를 요구했고 일본 측도 이에 동의했다. 그 자리에서 장 조리는 "중국의 병력과 국토는 일본의 각각 8배와 28배지만 국방비는 일본보다 적은 상황에서 중국 위협론이 거론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상호 신뢰와 교류로 군사협력을 늘려 가자"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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