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북한과 금괴 거래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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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 재무부가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지목한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가 북한과의 '금괴 거래'를 시인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BDA와 북한이 직접 거래한 사실이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BDA의 변호를 맡고 있는 미국 법률회사 헬러어먼 측은 "BDA가 (미 재무부로부터 돈세탁 우려 은행이라는) 통보를 받기 전 수년간 북한산 금괴를 대량 매입했다"는 사실을 최근 미 재무부에 신고했다.

이와 관련, 마카오 현지 신문은 BDA가 2003년~2005년 9월 3년간 북한산 금괴 9.2t을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BDA는 이 금괴를 홍콩 자회사인 델타 아시아 크레디트를 통해 팔았다. 북한은 금괴 판매 대금으로 1억2000만 달러를 받았으며, BDA는 판매 대행 커미션으로 온스당 1.5달러씩, 모두 약 50만 달러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BDA의 북한산 금괴 판매 대행은 이 은행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큰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는 또 BDA가 미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북한의 단천상업은행에 서비스를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미 당국은 북한이 재래식 무기와 미사일 등을 외국에 판매하기 위해 단천상업은행을 활용해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DA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북한으로부터) 금괴를 매입한 것이 불법 행위는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은행 관계자들이 금 매입을 위해 북한의 금광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괴는 북한의 주요 수출 품목이다. KOTRA에 따르면 북한은 평북 운산, 함북 수안 등에서 채굴한 금으로 매년 20~25t의 금괴를 생산,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다. 외화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은 이 금괴를 마카오.런던 등을 통해 팔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90년대 중반 근로자 한 명이 1년에 사금 1g을 김 위원장에게 바치는 '충성의 외화벌이' 운동을 주민들에게 강요하기도 했다.

최원기 기자

◆ BDA(Banco Delta Asia)=마카오에 소재한 소규모 중국계 은행. 미 재무부가 지난해 9월 이 은행을 '돈세탁 우려 은행'으로 지목했으며, 마카오 당국은 북한 관련 계좌의 예금 인출을 동결했다. 여기에는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 2400만 달러(약 225억원)가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6자회담 재개(18일)와 관련해 미국에 동결 계좌를 풀어달라고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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