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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 확충 미룰 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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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007년 국회 예산심의에서 사회서비스 확충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사회서비스란 노인수발.보육 등 개인과 가정에 맡겨져 있던 각종 일 부담을 지역사회나 국가가 대신해 주는 것을 통칭한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사회서비스 부문이 특히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고령화로 증가하는 치매.중풍 노인의 수발과 저출산 문제와 연결돼 있는 영.유아 보육 서비스 부족 문제가 대표적이다.

사회서비스는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일자리 문제와 연결돼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제조업에서의 고용창출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현실에서 사회서비스 확충은 일자리로 연결된다. 일자리가 늘어나면 청소년 실업이나 노인 문제, 고학력 여성의 취업, 그리고 과당경쟁으로 거의 실직 상태나 다름없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일자리가 추가로 만들어질 수 있다.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 창출은 복지서비스 증가와 일을 통한 복지가 동시에 이뤄지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어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중점적으로 추진돼 왔다.

정부는 우리 사회의 사회서비스 부족 인력이 약 90만 명에 달한다고 보고, 내년부터 2010년까지 시장 부문과 공공 부문을 합쳐 매년 20만 명씩 4년 동안 80만 명의 신규 인력을 공급하겠다고 한다. 실천 방안으로 내년도 사회서비스 예산을 올해보다 2배나 늘린 1조4000억원으로 잡았다. 야당 등에선 선심성 예산이 아닌가 하고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예산 항목 하나하나를 보면 우리 사회의 시급한 사업이다. 오히려 때 늦은 감이 있다.

물론 사회서비스 정책은 시장을 통해 추진될 때 효과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국회와 정부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지원법'과 '노인수발 보험법' 등의 제정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여기에 정부가 사회서비스 확충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의 완화, 자격제도 정비 등이 보완적으로 추진되면 시장을 중심으로 한 사회서비스가 확대 공급될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해선 내년에 전문인력 양성, 수요 기반 확충 등 재정 투자가 절실하다.

최근 언론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이 정부.여당의 선거용 선심성 예산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태세여서 여야 간 힘겨루기가 치열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예산도 불요불급한 예산이어서 주된 삭감 대상이라고도 한다. 하필 대선이 있는 해에 예산을 대폭 증액 편성해 정치권으로부터 선심성이라는 오해를 자초한 정부 측에도 '과전이하(瓜田李下)'의 문제가 있지만, 우리 사회의 심각한 사회서비스 부족 현상을 생각할 때 마냥 미룰 일은 아니다.

당리당략에 앞서 국민 입장에서 우리 사회의 사회서비스 욕구가 얼마나 절실한지, 부족한 사회서비스 문제 해결을 위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다시 한번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도 스스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이 국회 승인을 받아 집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