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특혜」 “나는 아니다”/서로 떠넘기는 현­전 서울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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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세직 시장/“12월13일 방침 정해졌었다”
물의를 빚고 있는 수서지구 특별분양 사건은 정책결정의 최고책임자인 박세직 서울시장과 고건 전시장이 서로 자신의 재임중 결정된 것이 아니라고 책임전가를 하고 나서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6일 저녁 TV방송에서 수서결정이 박시장이 한 것처럼 보도된데 대해 직접전화를 걸어 해명한데서 비롯됐다.
박시장은 방송사에 전화를 건데 이어 밤 11시 시장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간의 경위를 설명했다.
박시장은 이 자리에서 『수서지구택지 특별공급은 고건 전 시장이 퇴임전 이미 결재한 것』이라고 주장,자신은 추인형식의 발표만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박시장은 그러면서 고 전시장이 국회 건설위에서 청원이 결의된지 이틀후인 지난해 12월13일자로 서울특별시장 앞으로 보낸 공문에 결재한 서류를 공개했다.
박시장은 여의도 모음식점에서 고 전시장과 업무인수인계차 만난 자리에서 고씨가 『윤백영 부시장을 국회 건설위에 보내 「국회가 의결하면 특별분양하겠다」고 하도록 시켰다』고 말했다고 밝혀 고 전시장과 상반된 주장을 했다.
박시장은 윤부시장이 『고 전시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12월11일 국회 건설위의 수서문제청원 심사때 「국회의사에 따르겠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박시장은 『고 전시장이 수서택지공급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국회 건설위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으며,이의가 제기됐다면 수서청원은 국회본회의에 부의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시장은 뒤늦게 지난달 19일 대책회의를 열어 결정한데 대해서도 『취임후 고 전시장으로부터 「택지공급은 결정됐으나 보완할 점이 있다」는 말을 듣고 관계자를 불러 보완책 마련을 지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시장은 고 전시장이 「결정한 바 없다」고 말한데 대해 『전·현직 시장의 책임전가로 비쳐지는 것이 유감』이라며 『다만 내가 결정한 것으로 그동안 알려져 진실을 밝혔을 뿐』이라고 말했다.
◎고건 전 시장/“가만히 있으면 인정하는 꼴”
이같은 박시장의 경위설명에 대해 고 전시장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고씨는 박시장의 주장이 6일 KBS 뉴스말미에 보도되자 자신도 KBS에 전화를 걸어 『윤부시장에게 국회 청원심사위의 요구를 전폭 수용하라고 지시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고씨는 당시 윤부시장에게 ▲법적 어려움 개진 ▲국회에 처리방안제시 요구 등을 지시했으며 이자리에 이동 종합건설본부장등 간부 수명이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월초 여의도 모식당에서의 업무인수인계 자리에서 도시고속화도로 건설·지하철 2기공사 등 현안과 함께 수서문제를 설명하면서 『복잡한 고민거리여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박시장에게 「이임전 청원통보를 받고 우선 조합원 자격여부등을 실사해보도록 지시를 해놓았으며 그 결과가 나오면 민간인 5명으로 구성된 민원심사위에 올려 다루려했다」는 사실을 설명했으며 이 자리에서 박시장이 민원심사위에 관해 물어 이에 대한 설명까지 해주었다고 밝혔다.
고 전시장은 윤부시장이 청원참석후 자신에게 『국회에서 청원을 들어주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 곧 통보될 것이다』고만 보고했으며 서울시에서 이를 받아들이기로 입장을 밝혔다는 말을 들은바 없다고 했다.
고 전시장은 또 박시장에게 업무인계를 한 이틀뒤 윤부시장에게 업무처리를 위해 자신이 밝힌 바를 알려주었다고 설명하고 청원통보서에 사인을 한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통상적으로 공문서를 봤다는 공람사인일 뿐 특별공급 결정여부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고 전시장은 『이같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전직 시장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으로 비춰지겠지만 가만히 있으면 이를 인정하는 꼴이돼 어쩔 수 없이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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