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어머머 쟤 입술 예술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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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GM대우 토스카

'사람의 콩팥''포효하는 사자''개구리의 입'….

소비자들이 자동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습을 묘사한 말이다. 사람의 얼굴처럼 자동차의 첫 인상을 결정하기에 라디에어터 그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자동차 라디에이터는 운행 중 뜨거워진 엔진을 식히는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장치. 이 장치는 차의 앞부분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이용해 열을 식힌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바람이 들어오는 입구인 셈이다. 따라서 라디에이터 그릴은 겉모습은 물론 유입되는 바람의 양을 감안해 디자인 된다. 외양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요소도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쿨링시스템이 디자인 결정=럭셔리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베라크루즈는 큰 접시 모양의 현대차의

푸조 307SW

라디에이터 그릴을 선보였다. 과거 어느자동차보다도 크다. 격자형에 크로바 형태가 가미된 디자인도 관심을 모았다. 이 그릴을 두고 '입 큰 개구리'를 닮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베라크루즈가 3000㏄ 디젤 엔진을 탑재했기 때문에 가솔린 차나 기존 디젤 차보다 열이 많이 나는 점을 고려해 디자인됐다고 한다. 열을 식히려면 엔진룸 쪽으로 유입되는 공기량이 많아야 했던 것이다. 현대차 디자인기획팀 신유철 과장은 "쿨링에 필요한 면적을 확보하려 수차례 디자인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또 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나도록 격자 형태도 여러 가지 문양을 디자인했다.

현대 베라크루즈

지난달 출시된 토스카 디젤도 가솔린 모델과 다른라디에이터 그릴을 장착했다. 기존의 그릴에서 가로로 이어진 바를 없애고 벌집 모양의 그릴을 얹었다. 디젤 차인 만큼 쿨링 효과를 더 높이고 스포티하고 강인한 느낌을 살렸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 바를 없애니 벌집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공기를 많이 빨아들였다.

브랜드의 얼굴= 최근 자동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엔진을 식히고 보호하는 역할보다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크라이슬러 300C

디자인의 컨셉트를 돋보이게 하는 부분으로 자리를 잡은 것. BMW 키드니 그릴은 대표적인 패밀리룩이다. 사람의 2개의 신장(kidney)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 그릴은 1931년부터 도입됐다. 이후 BMW가 디자인을 손질할 때도 이 그릴 모양은 살아 남았다. 회사 오너가 이사회에서 이 그릴을 유지해야 한다고 천명하는 등 애착을 표시했다. 푸조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환하게 웃는 사자의 입 모양에 비유된다. 푸조를 상징하는 사자 문양과 함께 푸조만의 디자인 개성을 살렸다. 크라이슬러 300C의 육중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 차의 남성미와 미국적인 품격을 대변하는 디자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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